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야설] 러브호텔 17

열일곱번째이야기 : 조선족 동포 K씨의 눈물

외람된 얘기지만 조선족 동포 K씨의 이야기를 잠시 하고 넘어가야 겠다. 중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조선족 우리 동포들이 불법으로 밀입북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매스컴의 보도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이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또 밀입북 과정에는 비열한 사기가
극성하여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또한 그렇게 동포들을 사기치고 속여 등쳐먹는 사람들도 대부분 우리 한 동포인
한국인들이라는 사실도.
여기 K씨도 바로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웬만치 먹고 사는 우리네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남의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정말 피해를 입고 돌아가는 그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이야기들이다. 행여 어찌되었건 그들은 우리와 한 피를 나눈 한 핏줄, 한 동포가
아니던가.
K씨는 중국 흑룡강성이라는 곳에서 살던 사람이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남편은 우리로 치면 면사무소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한국에 가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거금을 마련하여 한국행 밀입국선에 올랐다. 물론 한국에서 그쪽으로 건너간 현지 브로커들의 개입이 있었음을 말할 나위도
없다. 같은 마을의 처녀 하나와 함께 갖은 수모와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도착한 그들이 가까스로 취업한 곳은 서울 방이동에 있는 한 모텔이었다.
같이 밀입국선을 탔던 사람들이 힘든 공장이나 공사판으로 떨어진 것에 비하여 그들은 비교적 운이 좋게도 모텔 청소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힘든
공사일 보다는 비교적 일도 손쉬웠고 보수도 넉넉한 편이어서(사실 우리 나라는 직업적인 인식 관계로 그 방면의 일손이 꽤 딸리는 편이라 한다.)
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끼가 가득했다. 중동인이나 외국인들에게는 의례히 내국인 근로자들 급료보다 싼 급료를 지불하는 관례에 비추어 당시 그
모텔의 사장은 인정이 후한 사람이었고 내국인 종업원들과 언제나 똑같은 급료를 지불하였다.
당시 숙식과 함께 K씨와 그 동네 처녀가 받았던 돈은 60만원 정도였고 그들은 꼬박 2년 여를 열심히 일을 했다. 간혹 K씨는 고향에 두고 온
남편과 두 아이들 생각에 눈물을 쏟기도 했고 그 동네 처녀는 약혼자와 긴 사연의 서신을 늘 주고받았다. 비록 먹고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따스한 가정이 그리웠고 고향이 그리웠던 것이다. 가끔씩 중국으로 긴 시외전화를 하는 것을 빼고는 그들은 정말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옷 한벌, 화장품 하나 사 쓰지 않으면서 오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들은 고향에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들뜬 마음으로 그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아마도 겨울 초입의 시월 어느
날로 전해진다. 열심히 참고 일한 덕분으로 두 사람 모두 천여만원이라는 큰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얘기로는 그 돈이면 중국에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큰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행의 운명은 그들을 끝내 좌절의 구렁으로 몰아 갔다. 날씨가 제법 추워지기 시작한 어느 날, 불시에
불법 취업자 단속반이 들이닥쳤고 그들은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들이 불과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의 금의 환향을 보름 정도 남겨 둔
시점이어서 모텔의 전 직원들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무사를 빌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국에 조사를 받게 된
K씨는 국내법을 잘 몰랐던 관계로 행여 그동안 번 돈을 압수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었고 그들을 취업시켜 주고 쭉 뒤를 봐주었던 한국인
소개업자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급히 중국의 가족에게로 송금시켜 달라고 부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작은 사건은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밀항선을 탔던 두 사람에게 엄청난 시련이 되었다. 믿고 돈의 송금을 부탁했던 한국인 업자는 그들의 생명 같은 그 돈을 가지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불법 취업자란 딱지를 달고 제대로 수사 한번 할 수도 없었고 결국 그들은 임시 수용 시설에 보호되어 있다가 다시 그들의 고향으로
강제 이송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 엄청난 상황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먼 동포의 나라에까지 와서 힘들여 번 돈을 모두 잃게 된 K씨의 마을
처녀는 목을 메 자살을 하였고 K씨 혼자 쓸쓸히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귀향선을 타야 했다. K씨의 이런 슬픈 소식을 모텔의 직원들이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반 년이 흐른 어느 봄날, 멀리 흑룡강성에서 날아온 K씨의 편지 덕분이었다. 편지에 K씨는 마지막으로 덧붙이며 울먹이고 있었다. 세상
그 어느 나라를 둘러보아도 이렇게 자신과 한 핏줄인 동포들을 등쳐먹은 민족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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