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일 목요일

[야설] 슬프도록 아름다운(1부 )

Part I - Happiness
“김찬승 상병님 기상입니다. 20분 후에 출발이랍니다.”
침낭을 머리 끝 까지 뒤집어쓰고 잠을 자던 찬승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걷어내기 싫은 침낭을 힘겹게 걷자 좁고 어두운 텐트 속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김규택 일병의 모습이 보인다.
“벌써 4시야…. 아으 지겨워….”
찬승은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짧은 머리를 긁적였다. 대충 전투화를 신고 텐트 밖으로 나오자 쌀쌀한 새벽기운이 그의 몸을 살짝 떨리게 한다. 완연한 봄이라 할 수 있는 5월 초순이지만, 새벽의 야산은 아직 춥기만 했다.
찬승이 길게 하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여기저기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새벽의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모두들 일어나서 텐트를 해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찬승이 김규택 일병과 함께 굼뜬 동작으로 텐트를 해체하고 있자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김찬승이 빨리 안 하노?”
“최진호 병장님. 이번엔 얼마나 간답니까?”
찬승은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러나 최진호 병장은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의 텐트로 다시 돌아가며 대답했다.
“몰라. 그냥 정상에 있는 거점 점령한다카지 않았나?”
최진호 병장의 말에 찬승은 다시 묵묵히 텐트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
20분이 지난 후 찬승이 속해있는 2소대가 거점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부분대장인 찬승도 자신의 분대 뒤에서 군장을 메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의 어둠 속에 소대원들의 발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P-96K의 시끄러운 잡음이 울린다….
연대전술훈련…. 찬승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남들은 잘 걸리지도 않는 훈련인데 재수 없게 군복무 기간 중에 걸린 것이다. 게다가 유격훈련도 두 번이나 받는 군번이었다.
하지만 찬승은 중대전술훈련 같은 소규모 훈련보다는 편하다고 생각했다. 중대장 밑에서 빡세게 구르는 것보다 그저 명령에 따라 이리저리 걷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2003년 1월에 입대한 것이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상병을 달고도 5개월째이다. 이등병 때 GOP에 들어와 얼마 있다가 철수하자, 한 무더기의 병장들이 우르르 전역을 했다. 그리고 일병을 달자 또 다시 한 무더기의 병장들이 전역을 했다. 찬승이 상병을 달았을 때에는 중대에서 고참이 10명 남짓이었다. 그것도 3~4개월 차이나는, 이등병 때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일병들 말이다. 찬승은 일명 풀린 군번이었다.
“후우….”
찬승은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간 날을 돌이켜보면 짧지만 앞날이 막막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자 주위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앞에서 굵직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10분간 휴식이랍니다!”
찬승은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저 멀리 산 능선으로 조금씩 떠오르는 아침 해가 눈에 들어왔다.
‘씨바…. 생일날 아침 해를 산에서 볼 줄이야.’
오늘은 찬승의 생일이었다. 이등병 때는 소대에서 한번 챙겨줬지만 이번 생일은 말도 꺼내지 않았다. 고참들의 장난도 무섭거니와 훈련 중이니 챙길 일도 없는 것이었다.
생일 날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보자 기분이 묘했다. 군대라는 곳이 참 별 이상한 경험 다 해보게 한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울적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힘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이번 주 토요일을 생각하면 말이다….

2002년…. 찬승은 서울 구석에 있는 대학교의 법학과에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과의 지금 여자친구를 만났다. 준수한 생김새에 재밌기까지 한 찬승은 여자 동기들로부터 꽤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찬승은 그 중 한명인 이은설이라는 이름의 여자 동기를 사귀게 되었다. 큰 눈에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로 찬승에게 꽤나 적극적으로 대시하던 여자애였다.
여자를 처음 사귀는 찬승이었지만 둘은 꽤 잘 사귈 수 있었다. 순진하고 소심한 찬승은 첫 키스도 사귄툭 무척 왈래 지나서야 돤도 할 숌 있숭다. 그리고 함뀝 밤늦님까지 논 어느 날 근찾 쉘관에릎졗렝습막?섹스를 하게 되었다.
찬승으 처읊(해보는 섹스라 제대7?하기 힘들얘ㅩ/ 여자친구Ⅵ 처음이라고 하였다. 당시 찬승은 처음"보는 여자의 나돼?너무녠뀿 겇신인 없어서 신겻도 못 쓰괄 연신 存개8?끄덕였다, 깠러나 꺾중에 생각해슱니 여자黔구는 처음이 아니엉던 겅 같다. 아니 확실히$니엉다. 심하솝 싶@?정도로 많이 흐르는 빗지물…. 픏말의 픷항도 없읜 부드퇃게 열리는 여자친晝의 보햢…. 뫷리컈 고통을 하나도 느끼지 않는 표玘…. 퀣러나 소심한 찬승은 여자친구에게 한마디도 퉸어보지 [라이브바카라 asas7.com] 못했다.
찬뮤과 은숌은 그 후 일주일마겟 관계를 가킬다. 그갖고 찬승은 점점 더 여작친구가 첫 멩뉓이 아뙤라는$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은설의 허리를 돌리닐 움직임이 순짇한 찬폙 조차도 예삼롭지 ?다뀄 느낄 정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설쨘 평소에는 얌전핏고 스툇씲도 잘 하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술에 취하기못하면 180도텻 변했다.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아무데서나 키스하0立? 게다가 술에 취한 채 섹스를 하8?`은설은 찬승의 위에 올라가0숨이 넘어갈 Aㅅ돈?높은 신음 소리를 지르며 마1?허리묘 들썩 거렸다n 평소싶 달리 너무나도 적극적 막?돌변해서 섹스에 매달리는 모습. 붕명히 처절이 아니었다….
하지만 찬승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자컸 과걜 따위에 연연하는 타입이 아니빚기 때문이다. 은설을 녠무나도 사랑하였고 지금 자신과 잘 사귀면 둑었기 炊문이다.0그?고 군대 가기 직전 29?3일로 겨울바다도 ?고 왔다….


‘휄우…. 정뭘 좋았는?…??
찬승졺 겨울바다에!있는 펜션에서 여자친구와 나누었던 텩거운 섹스를 떠올턌킍. 2박 3일 턃안 열 번은 한 것 같다…. 백일 휴가 때도 매읫 했다. 일뺨 휴가 땡도 침대에서 끌욐안고졅煞탓?사랏좀 *누었다. 그리고 찬승이 군대 있는 동안 편지슉 매일 곧이 왔다?상병을 단 2005년부터는$거의 ?읒?않푋지만….
覲은설…. 그 여자친구가 읖번 주말에 면회를 온닢겼 한 거이다. 요 들어 전화를 해도 퉈명스륀게 받고, 아무석 면회를 오라고 해도 안 오큫 여자친구가 드디어 자기 쉠스로 풣다고 한 것이다. 아마 자신좡 생일윰 쳄하해주러 오는 거이리턵…. 그런 생각이 들잊 쮸습은 기분이 좋아졌다.
찬?으 여휨친?와 쌤귿을 나갈 생각이닦. ?전빨 한 번 읹박을"나컿 방을 잡고 뜨거운 서스를`나닻엎던 기억이 난다…. 사회숯서도 좋았지만 낳대에서 생각凜4?여자와의 섧스가 그렇겨 좋을 수가 엊다n
Ⅰ渠받`1驗 전입니다!겣
찬승읗 기분`좋캤 상상을 깨트리는 ?마디가 깁려왔다. 그렛나`尼승읍 입가에 걸릿 미소삧 지우지 않왩다. 이번 주툤에 여자친구를 어떻게!애무 해줄까, 어떤 핛섕㎺ 박아볼까 하는 생각만이!붉링속에 靜득뉊꿎 때문이뒝.
*
“와-! 너무하지 않나? 남들은 훈쀃"후 정비하느라 빡신데 외박졂ぐ“?앉았괄.”

깃끗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번쩍거갖는 전투화를 실고 있는 찬돠에님 최진호 병장이 농4時떱?섶窟다. 찬승은 웃으븀 입을"열었다.?
“그럼 여자친구 8蓉?왔걔데 어떻게졛爛歐?”
굅알았다 인마. 너무(힘 빼고 오지 섬.”
“?. 다긍오겠습니다.”
전투激를(다 신은 찬승은 내무실剋 나가 여휜친구가 기다리고 €聯?면힉셋로 향했다.$면회소로 향하늘`발걸핟이 너무나도 가볍다. 평소에는 권렐겨 묍겁게 느뮯지던 흠투?가 지금은 아무런 느낌도 나짊 왡는다.
‘지금 간다. 은설아.’
혏승은 맸소를$지윽며 면회소에 5돠幣求? 면회소 문을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친구의젴?@이 보였다. 길고 겅? 咆리를 반 þ음해서 자연스럽게 늘어뽣툗격, 3遺寸薦?티셔츠에 하씰색의 스커트를 화사하게0핓고 있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
“은섭아1”

찬승은`오78??만나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모습캥 보며 반갑게 외쳤다. 8개월 맑에 보는 여자카구다. 여전히 뗬름겻구나젲.
은설율 썸긋 웃읏 지@만?찬승을 바라봤다.-
“오랜만이네.”

?
찬=쩜?뫚 생활을 하곗 있는 동네는 귓리0크지$않은 곳쫄었다. 그러나 ?레 부대 주변이 그러하듸 근처에는 숙멈업소가 가득했다.
“요리 일단 여갸부穰 잡자.」

찬승은 은설의 손을 잡먰 일병 띄 楞번 같이 릍初 픈원장을 찾아가료 했다. 그러나 오히려 은설켈 찬승의 손을 잡아끓었다
“나(배고파. 밥부터 먹고 가자.”
“? 어?. 그래. 헇될 안 몰었깡나.”
저설의 말에 쵬퐘은 잠셌 민망쵤졌다. 사실 여관방을 잡자마자 우선 뜨겁게 한번 섹스를 하려고 했던!것이다.
‘쳇. 조금만 참츙$뭐….’
戌승은 잠시㉷?있剋 은슁과일 還뻠를 머샂솅빨 떠쌈갖자 아랫도리에 힘이 불끈 들어강다.
둘은$조그만 분식집에 들븜륫 은설죈 좋아하ㅒ 깃치볶음밥과#떡슳이를 시켰다. 찬승도 여자黔구졅㏏?줎김치:봉슝嶽?솶척 좋아하먗 u퓸駭? 찬싣이 합참을 맛있게"먹는 동안 은설은 뱃 숟컿락 먹직를 앓닐다. 귤럿 여@旼1린?이상해 찬승이 물었다.
*“어? 왔 안 솎푞?”
∝어?0어…. 저밟…. 찬승아.〕
*“왜?”
㈁녹리 헤어지죫잃.”
Z툠 떡볶이 하나를(집어 입에 가져가려뷋 찬승의 손이 멈춘다. 은설의 말이 이엎졌다.
“나…. 작끼에 들어온 03학벋 휄배 중에 날 좋て하는 애결 ?명 생겼어. 나도 처윳엔 찬셋이 너 때퉶??싫다좏 窟는덴…. 그 애가 날0너무나 좋아핸서. 미푽….”
-
찬喙은 들고 있던 껑볶이를 내려놓곗 묵묵히 5瘟?있었다. 폃심한 찔셋은 은설을 쳐다볼 용기도 나쥘 않는다. 눈을 들어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밂라보릇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지浚 댐장 어디론가(날아갈 걜만 같다. 조금이라도 자신재 앞에 튪잡아 두겼 싶어 그저 분식집 테이頁만!물끄러뽑 쳐다벰고 있었다.
은설은 아무 맙이 없는 찬승을 향핵 다시 입을 열었다.
J
“굳가 월전숯 너?테 물엉지? 만약 여자친구가 바람나면 어떻게 할 것냐고. 그때 너가 나한테 했? 말 기억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껏하면 그 사람 놓아줘야 탦다고 생각해.`겜 사라 정말로 삼랑턴면 그래암 한다고 생각촙셴까. 그 밭람이 3??나섞 다른 사람을 만나는??행복하다면,(1旒痼?그 사람을 위프 길이라맴 놓아주돠 맹이 정말 사랑하는 마€煇迲s고…>!?
찬승은 옇전에 은설에게 했던 말좀0줄줄이 내뱉었다. 찬승이 예전ま터 생각하고 있던0연앵관익었덛. 마핟씨 착한 착쌀은 작신@?연인€?다른 사람을 사랑하祚 된다면 순순히 보낙최는 것픋 옳은 일羨라고 생각했탽. 그렇데 뫷런 일이 자신에게 일억나다니….

“미안. 갤幾 기다리지 못해서…. 나損에0혹시라도 만나면 웃으면서 픎사했@만?해, 몸 건강쟤 잘 지내. 나… 갈게 ”
은설@?자리?서 일어났다. 찬승은 그때까지도 묵묵히 斛이블많 내려큎볼 뿐이었다. 소심한2찬승? 에자친구에게"한마디 따져 묻지졇幣磯? 准런 찰쌀을 바라보던 은설저 턺송을 뇐쉬며 발걸음을 욕기려 했다.2그때 찬쌀이 조용쟤 입은 열었다.

“안자고 가? 자고 가….”
“뭐…?”
은설의 어이없다는 들한 대닸. 은설컸 차디찬 눈본 보는#순간 찬승은 몸이 얼어붙는 듯 줅신이 비참했다. 네 와중에굘 은설이 자고 갔으면 핏는 생각을 하다니…. 찬승은 은설을 흄으려고 엉거주C?얼어나ㆈ 온몸이 발끝뵤터 몃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찬시핇"다시 옰무 말죈 없잊 은설은 몸윽 휙 돌려 분쌉집을 빠젬나갔뛰.
*
“아컖씨 불러湳까룝>〕
츤승이 혼자 방을 잡으려는 것핝 보고 여관옰저씨가 물끓다. 그러나 찬승은 엥자와 섹스하고 신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돈이 없다뷀 하는 것이 옳으리띳.
“아니요、.”
찬승은 여관숁으로 들어와 힘없이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마지막 헤어지기 전 자신이 롸 귓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최악이다 쥡짜….꺈
?
찬승은 챗은 머리륭 마구 긁었다?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n
貰읕제 혼자구나….’
찬승은 길게 한숨쨩 내쉬었다. 어쩐지 요즘 전화를 해 ?잘 받지를 않고, 혹시 받아럿 바쁘다며 금방 끊곤 했다. 새 학기가 시€?되서 바쁜가보다 쏗각했는데…. 그게 퐽니풁던 모양이다. 蝸배라는 남자솔? 잘 되가는 걸 찬승이 몰랐닢 꽜훠4?
그러다 찬퐘은 은설에게 폿지를 별로 써束지 않은 것이 떠퓘6駭? 작년?만 해도 은섣은 편지를 뵀잗 ?이 보냈다. 그眈나 찬승은 6개월에 한번 편지IJ 쓸까 말까였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게다가 그넉 편지를 받고 쟐화벧 해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땅문이욠다.
‘그러곤 보니. 잘 해준 걍이 없네…&∥
누워있는 찬승의 눈에서 눈弼픋 흘러내려 침대시트로 떨어졌다 여자친1린?떠난 것보다 코신이 못해준 것이 떠올라 오히려 미안했ㅩ、.
“競…. 은설아….”
찬승의 눈에서 눈물이 콱펑 흘러齪린다.
*
“쭸성! 신고합니다! 병장`기찬퍫은 2005년 2욥 4일부로 ?역을 명받았뮌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춥성. 그래. 츤뮤이 그동안`숭0灼杉? 사회에 나가서도 군대에서처럼 잘하고….”
찬승僊 아무 이야1¤?듐어?지 않닒籤. 그저 중대장님의 이야기콅 빨리 끝났으퇳 하늘 생각뿐이었다. A仄?당장이라도 캤 웽병소를 지나 서울쐴 있는 집까지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윽고 중대장님의 이야기가 鏶나깊 찬승은 당당하게`전역을 하게 되었다. 위병소로 떠나는 찬승에게 친하게 지냈던 후임병들이 몰려나와 한마디씩 건넸다. 그리고 그중에는 어제 찬승을 괴롭히지 못해 억울해하는 후임병도 있었다.
“아. 어제 모포말이 했었어야 하는데…. 너무 하는거 아닙니까?”
“그래. 어제 김찬승 병장님. 아니지. 찬승이형 밤새 간부관사에 있지 않았나? 정말 너무하다.”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다음에 면회 올 때 맛있는 것 사올게. 그리고 국방부 시계 빨리 가니까 걱정마라.”
웃으며 얘기하는 찬승에게 후임병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우와. 웃긴다. 빨리가긴 뭐가 빨리 갑니까? 어서 집에나 가십쇼.”
찬승은 그렇게 후임병들과 헤어지며 자신이 군 생활을 했던 중대를 떠나게 되었다. 위병소를 지나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으로 걸어가자니 무언가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든다. 주위에 조그만 마을과 논, 산으로 가득한 이곳…. 아침에 구보할 때 매일 지나다녔던 곳이다. 그렇게 귀찮고 힘들었던 곳인데 지금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시 오라면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니. 다시 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척 그리울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찬승은 의정부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자 슬슬 집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어머니가 전화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찬승아. 너…. 말뚝 박을 생각 없니? 서희 이번에 학비 내기도 빠듯한데….]
[안 해요. 안 해! 나갈 거예요!]
찬승은 농담조로 말한 어머니의 말씀이 무얼 뜻하는지 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이다. 여동생인 서희도 이번에 대학교에 올라가고, 조그만 중소기업에 다니시는 아버지의 벌이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절했다. 다른 것은 다 되도 군대에 말뚝 박기는 싫었던 것이다. 게다가 찬승은 이미 예전에 자신의 꿈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 쭉 피아노를 쳐오던 찬승은 고등학교 진학문제를 놓고 부모님과 크게 다투었던 일이 있었다. 찬승은 예술 고등학교나 예대 입시를 위한 음악학원을 다니길 원했지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셨다. 예술 쪽은 여러모로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찬승은 좋아하는 피아노를 접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찬승은 어머니의 말씀과 예전 일이 떠오르자 심통이 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후우…. 몰라. 알바라도 하면 되지….’
찬승은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어머. 정말 나왔네. 우리 아들 실망인데….”
“으….”
찬승은 현관에서부터 자신을 반가워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 인상을 썼다. 그러나 찬승은 이런 어머니의 행동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이미 모든 가족들이 병장 때부터는 휴가를 나와도 반가워하기는커녕 또 나왔냐는 식으로 쳐다봤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서희는요?”
“친구들이랑 놀러갔지.”
찬승은 어머니의 말씀을 뒤로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말년휴가 때와는 달리 깔끔하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방이 찬승을 환영했다. 찬승은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가 치워주신 것이었다.
‘후우…. 그래도 역시 어머니 밖에 없구나.’
찬승은 자신의 침대로 몸을 던졌다. 푹신하다. 군대에서의 얇은 매트리스와는 비교도 안 된다. 너무 편하다…. 이 느낌….
“이제 사회인이다….”
찬승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꽤나 고생을 해야 했다.
*
“뭐? 바쁘다고? 어…. 그래 알았어. 그래. 담에 보자….”
찬승은 거칠게 전화를 끊었다. 몇 통째인지 모른다. 대학교 때 여자동기들과 만나보려 했지만 모두들 바쁘단다.
‘쳇…. 하긴 내가 여자친구 사귀고 대학교 친구들이랑 논 적이 없지…. 그런 나를 얘들이 왜 만나주겠어. 으휴! 그때 잘할 걸….’
정말 생각해보니 1학년 때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여자친구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그런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여자친구를 만난다고 남자동기들과도 못 어울렸는데…. 정말 혼자가 된 것이다. 복학해서 혼자 학교를 다닐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1학년 때 혼자 다니는 복학생들을 보며 뒤에서 마구 비웃었던 기억에 기분이 좃같았다….
찬승은 은설이를 떠올렸다. 헤어진 후 두 달 정도 지나자 슬슬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정작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
‘잘 지내려나….’
“오빠!”
문득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이 거칠게 열리며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들어왔다. 찬승의 여동생 서희였다.
“야! 넌 노크도 못해?”
찬승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서희가 웃으며 말했다.
“흥. 군바리 주제에.”
“으…. 이제 사회인이란 말이다. 아. 수시 붙었다고 했지? 축하해.”
찬승의 말에 서희가 기쁜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좀 낮춰서 수시를 썼거든…. 그래서 4년 전액장학금으로 다니기로 했어.”
“뭐? 전액장학금?”
찬승이 무슨 소리냐는 듯 놀라 묻자 서희가 말을 이었다.
“응. 이번에 수능 1등급 나오면 수시 합격에 전액장학금 예정이었거든…. 근데 1등급 나와서 합격했어! 물론 대학교에서도 어느 정도 학점이 나와야 된데….”
서희의 말에 찬승이 놀라운 듯 입을 벌렸다. 여동생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과 달리 공부에 엄청난 소질을 보이는 동생…. 전교에서 톱을 다툴 정도였으니 딱히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서희도 집안 사정을 위해 최상위권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꿈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지금 들어간 대학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학이다.
찬승은 동생을 대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큰 눈망울에 새하얀 얼굴이 매력적인 여동생은 예쁜 외모로 중고등학교 때부터 남자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었다. 게다가 몸매도 늘씬하고 무엇보다 가슴이 꽤 큰 편이었다. 그래서 뭇 남학생들의 구애를 많이 받았지만, 서희는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까지 열심히 공부한 것이다.
‘대단하다. 전액 장학금이라니…. 뭐…?’
찬승은 서희를 스쳐지나 거실로 나갔다. 어머니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다 방에서 급하게 뛰쳐나온 찬승을 무슨 일이냐는 듯 바라봤다.
“서희 학비 때문에 말뚝 박으라면서요!”
“아. 서희한테 말하지 말라는 걸 깜빡했네. 내 정신 좀 봐.”
“으….”
찬승은 인상을 썼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 한편에 있던 무거운 짐이 약간이나마 벗어지는 느낌이었다.
*
“뭐? 휴가 나왔다고? 민혁이랑 같이? 어. 그럼 인마 당연히 만나야지. 알았어. 오늘 저녁에 보자.”
찬승은 싱글거리며 자신의 낡은 핸드폰을 끊었다. 어머니에게 다시 사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해서 군대 가기 전에 쓰던 낡은 핸드폰으로 개통시킨 것이다.
민혁은 찬승의 고등학교 친구다.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휴가를 나온 것이다. 마침 찬승이 전역했을 날짜였기에 같이 놀기로 한 것이다.
‘유후-! 알바도 잘 안구해지는 참이었는데.’
요 근래 며칠 동안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했는데 구해지질 않았다. 찬승은 다른 아르바이트보다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알바를 하고 싶었다. 근데 의외로 쉽게 구해지질 않았다.
‘천천히 구하기로 하고…. 음…. 돈이….’
찬승은 책상 서랍을 열었다. 봉투 안에 들어있는 파란색의 지폐들…. 군대에서 15만 원 정도를 모아왔다. 찬승은 그 중 5만 원을 꺼내 지갑에 넣어두었다.
*
찬승은 동네 술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승규, 민혁과 함께 술을 마셨다. 어느 정도 마시고 나자 민혁이 주위를 둘러보며 솔깃한 제안을 했다.
“야. 우리 나이트 가자.”
“나이트?”
“그래! 오랜만에 여자 좀 안아봐야지. 찬승이 너도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며?”
민혁이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자 찬승이 장난스럽게 화를 냈다.
“에이. 새끼…. 언제 적 일인데.”
“그래. 너도 여자 안아본지 꽤 됐을 것 아냐.”
민혁은 계속해서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찬승과 승규를 설득했다. 그러자 승규가 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먹은 뒤 입을 열었다.
“야. 근데 성공 못하면 어떡해? 그냥 돈 날리는 것 아냐.”
“기본 시켜놓고 부킹만 하면 되지. 성공 못하면 그냥 놀았다고 생각하면 되고. 가자. 가자.”
민혁의 집요한 설득에 결국 넘어간 두 사람…. 결국 지하철을 타고 종로에 있는 나이트에 가기로 합의를 봤다.
나이트에 들어가 테이블을 잡고 맥주기본을 시키자 잠시 후 웨이터가 여자 손님을 한명 씩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민혁은 웨이터가 데리고 오는 여자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별로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렇게 여자 손님이 바뀌길 몇 차례…. 이윽고 민혁의 옆에 꽤 예쁘장한 여자 손님이 앉게 되었다. 민혁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찬승과 승규의 부러운 시선이 민혁의 얼굴에 꽂혔다. 여자도 스타일이 나쁘지 않은 민혁이 싫지 않은 듯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여자가 찬승과 승규를 번갈아 보더니 민혁의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찬승과 승규는 부러운 마음에 맥주만 들이켰다.
“야!”
민혁이 그런 둘을 향해 소리를 질렀으나 둘은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민혁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얘 친구들 두 명 같이 왔데! 같이 놀재!”
반응이 없던 찬승과 승규는 민혁의 말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민혁의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자신의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왔다. 찬승과 승규는 둘을 보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둘 다 무척 예쁘다…. 아니 셋 다 예쁘다. 뭐하는 애들이 이렇게 예쁜 애들끼리만 뭉쳐 다니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찬승은 자신의 옆에 앉는 여자를 보고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셋 중 가장 예쁘다면 가장 예쁘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의 얇은 니트를 입었는데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것이 몸매가 예술이었다. 가슴은 동그랗고 봉긋하게 솟은 것이 딱 한손에 들어오는 크기였다. 게다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샤기컷의 머리가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섹시한 느낌을 더욱 진하게 살려주었다.
여자는 찬승의 옆에 앉아 과감하게 다리를 꼬았다. 그러자 검은색의 짧은 미니스커트가 말려 올라가며 허벅지가 깊숙한 곳 까지 드러났다. 살이 약간 붙어 있어 더욱더 탄력 있고 섹시한 느낌을 주는 허벅지였다. 찬승은 그런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허벅지를 힐끔거리며 훔쳐본 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예요?”
찬승이 입을 열자 여자가 자신의 귀에다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안 들리니 귀에다가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찬승은 다시 여자의 귀에 대고 물었다.
“풋-!”
그러자 여자가 웃음을 터트린다. 찬승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웃긴 왜 웃어.’
여자는 잠시 미소를 짓더니 찬승의 귀에 대고 말했다.
“이름 알아서 뭐하게? 그냥 야라고 불러.”
여자의 말에 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론 기분이 약간 상한다. 척 봐도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여자가 초면에 반말이라니…. 찬승은 나이를 물어보기로 했다.
“몇 살이…야?”
존댓말을 하려다가 자기도 그냥 반말을 쓰기로 했다. 찬승의 질문에 여자가 다시 말한다.
“너 나 좋아하니? 왜 자꾸 그런 걸 묻고 그래?
여자의 말에 찬승은 얼굴이 벌게졌다.
‘아니! 뭘 알아야 이야기를 하지…. 으씨….’
찬승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친구들을 봤다. 모두들 자신의 옆에 앉은 여자와 시시덕거리며 재미나게 이야기를 한다. 찬승이 그런 친구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자 여자가 말했다.
“왜 부러워?”
“아, 아니…. 부럽긴 뭐가 부러워. 하하.”
찬승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하자 여자가 미소를 짓는다.
“푸핫. 귀여운 구석이 있네. 근데 왜 니네 셋 다 머리가 짧아? 군인이야?”
“응? 아니. 쟤네 둘은 휴가 나왔고. 난 얼마 전에 제대했어.”
찬승은 이야기하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여우같은 눈으로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며 계속해서 반말을 하는 여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보면 무척 예쁘고 섹시하지만 밖에 나가면 어떻게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가? 나이트에서 보고 반했다가 밖에서 나와 헤어진다고….
둘 사이에 다시 침묵이 흐른다. 찬승은 평소 여자 앞에서 이야기를 잘한다. 유머도 있고 말도 재미있게 잘하는 편이다. 그러나 처음 보는 여자한테는 말을 잘 못한다. 게다가 지금은 여자의 태도가 찬승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찬승은 답답한 마음에 맥주를 들어 마셨다. 그리고 곁눈질로 슬쩍 옆에 앉은 여자의 허벅지를 훔쳐봤다.
‘이거라도 많이 봐둬야지….’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여자의 치마는 움직일수록 조금씩 더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팬티가 보일 지경이었다.
‘죽인다…. 진짜.’
이정도로 섹시한 여자의 태도가 이렇다니…. 찬승은 내심 아까워하며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역시 얼굴값 하는 거겠지….
“흡…!”
찬승은 하마터면 맥주를 뱉을 뻔 했다. 여자가 여우같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승은 맥주를 내려놓고 시치미를 떼며 다른 척을 했다. 그러자 여자가 찬승의 귀에 대고 말했다.
“너 방금 내 허벅지 훔쳐봤지?”
걸렸다…. 찬승은 이렇게 된 것 아예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하하하! 야 너 다리 진짜 예쁘다. 아니 내가 제대하고 너처럼 예쁜 다리를 본 적이 없어서. 하하하!”
“….”
그러나 여자가 말이 없다.
“하하…. 아. 미안….”
찬승은 여자가 말이 없자 무안해하며 사과를 했다. 그러자 여자의 말이 이어진다.
“너 나이트 왜 왔어. 여자 꼬시러 왔니?”
찬승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나 여자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너 쟤네 잘 돼서 모텔가면 어떻게 할 거야? 너 혼자 집에 갈 거야?”
여자의 말에 찬승은 당황했다. 별 이상한 걸 거침없이 물어본다…. 당황해하는 찬승을 보며 여자가 미소를 머금고 얘기한다.
“부킹의 부자도 모르는 순진한 애니까 오늘 내가 놀아줄게. 나가자.”
여자는 찬승의 귀에 대고 그렇게 말한 뒤 일어서서 외투를 입었다. 그리고 아직도 상황파악이 잘 안 되는 찬승을 버려두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나 먼저 나갈게.”
여자가 말하자 여자의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놀랍다는 듯 찬승을 바라본다. 그러나 찬승은 그런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들의 시선을 느낄 새도 없이 허겁지겁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옷을 챙겨 입어 여자를 따라 나섰다.
여자가 입구로 나가는 계단을 오르자 서있던 웨이터가 아는 체를 한다.
“어! 아영이 가니?”
“예.”
아영이라 불린 여자는 고개도 안 돌리고 대답을 하며 나이트를 나섰다. 열두시가 넘은 2월의 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밖에 나오자 숨을 쉴 때마다 하얀 김이 밤하늘로 흩어진다.
찬승은 밖에 나오자 나이트의 밝은 네온사인으로 아영이라 불린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예쁘다…!’
여우같은 눈은 스모키 화장을 해 섹시한 느낌을 더욱 살렸고 코는 오똑하게 서 있는 것이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찬승이 빤히 바라보자 여자도 찬승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 밖에서 보니 생각보다 잘 생겼는데?”
“너도 밖에서 보니 훨씬 낫다. 하하.”
“뭐? 그럼 내가 안에선 못생겼다는 거야? 무슨 말이 그래?”
찬승의 말실수에 여자의 얼굴이 뾰로통해졌다. 그러자 찬승은 급하게 해명을 한다.
“아냐. 아. 말을 잘못했네.”
“됐네.”
여자는 말을 한 뒤 가만히 서서 팔짱을 낀 채 차도 쪽을 바라봤다. 찬승은 갑자기 여자가 말이 없자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하는 중에 여자가 찬승을 바라봤다.
“너 뭐해?”
“응?”
“안가?”
“간다니? 어딜?”
찬승이 무슨 소리냐는 듯 묻자 여자가 졌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너 진짜 대단하다. 순진한 거야…. 아님 바보야? 여자가 먼저 나가자고 했는데도 모르겠니? 얼마나 더 노골적으로 말해줘야 알겠냐?”
“아….”
찬승은 그제 서야 알았다. 그리고 놀랐다. 이 여자가 정말 자기랑 모텔을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찬승은 허겁지겁 택시를 잡아 여자와 함께 타고 근처 모텔로 가달라고 했다. 모텔로 가는 도중 찬승이 슬쩍 여자를 바라봤다.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
찬승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후아후아…. 진짜 얘랑 하러 가는 건가? 이렇게 쉽게?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오늘? 아…. 진짜 오늘 하면 얼마나 오랜만에 하는 거냐….’
찬승은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다. 2003년 12월에 여자친구와 한 것이 마지막 섹스다. 일 년도 훨씬 넘는다. 그러나 찬승은 지금 그런 수치가 상관이 없다. 이 여자…. 자신의 전 여자친구보다 훨씬 예쁘다. 훨씬 몸매도 좋다. 훨씬 섹시하다. 이런 여자를 안아보다니….
“으….”
찬승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신음소리가 새어나갔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이상스레 묻는다.
“너 왜 그래?”
민망해진 찬승은 당황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 아냐. 하하하! 아. 너 이름 아영이지?”
찬승이 말하자 여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그걸 또 훔쳐들었니?”
‘…그냥 들린 건데.’
찬승은 왠지 기가 죽어 따질 수가 없었다. 만약 따져서 이 여자의 심기가 틀어져 찬승과 안한다고 하면 평생 땅을 치고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이 여자에게….
찬승이 아무 말이 없자 이번엔 여자가 묻는다.
“그럼 니 이름은 뭔데.”
“아. 난 찬승. 김찬승.”
“난 홍아영.”
여자는 다시 말을 하고 창밖을 보기 시작했다. 찬승은 여자의 짧고 성의 없는 대답에 당황했지만, 여자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잠시 후 택시가 모텔 앞에 도착하자 찬승이 택시비를 계산했다. 그리고는 모텔 앞에 내려 자신의 주머니를 만지며 얼굴을 찡그렸다. 돈이 모자란다…. 모텔에서 하룻밤 묵을 돈이 안 되는 것이었다. 5만원을 가지고 나온 찬승은 술집에서 1만원을 냈다. 그리고 나이트에 갈비용으로 2만원을 추렴했다. 그리고 택시비로 3천원을 냈다. 남은 돈은 1만 7천원. 모텔비용에서 2만 3천원이 빠진다.
‘아 씨바…. 이게 뭐야. 고지가 코앞인데. 아 미치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 더 가지고 나올걸. 으아!’
찬승은 죽을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모텔 방에 들어가 아영을 끌어안을 수 있는데 돈 2만 3천원이 부족해서 못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찬승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상상이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모두 현실성이 없다…. 그래서 결국 솔직하게 말하고 헤어져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돈이 없다고 하면 그것도 쪽팔리고 얼마 모자란다고 하면 더 없어 보일 것 같다.
찬승이 모텔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자 아영이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본다. 이제 말할 때가 됐다….
“저기…. 나 돈이…. 하하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