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 비극의 아버지와 딸
날씨는 구질구질 오후부터 쉬지 않고 가을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제기랄, 이놈의 날씨가 또 술생각을 하게 만드는구먼."
퇴근을 위해 양복 상의를 챙겨 입던 김과장은 사무실 창문 너머로 뿌옇게 흐려 있는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과장님! 퇴근 안하세요? 저희들 먼저 들어갈께요."
느그적 거리는 과장의 동작을 못 기다리겠다는 듯 여직원인 미스백과 미스홍이 먼저 조르륵 사무실의 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쯧쯧,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탈이라니까."
김과장은 다소 불쾌한 듯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들이 분별없이 풍기고 간 독한 향수냄새의 뒤를 핥으며 사무실을 나왔다.
"어이, 김과장! 날씨도 그런데 한잔 안 하려나?"
마찬가지로 퇴근을 하다가 복도에서 마주친 영업부 민부장이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넸다.
"아 아닙니다. 민부장님, 오늘이 마침 마누라 생일날 이라서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김과장은 자기 자신이 그렇게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음에 놀랐다.
"아- 그래, 그렇다면야 할 수 없지. 대머리라도 꼬셔 보는 수밖에."
대머리라 불리우는 영업2부 신과장은 나이 사십을 갓 넘긴 나이답지 않게 전직 모 대통령처럼 대머리가 일찌감치 벗어진 민부장의 유일한 술 파트너
였다.
"흥흥, 한참을 젊고 혈기 왕성할 나이를 술로 보내다니... 쯧쯧 불쌍하도다."
저만치 사라지는 민부장을 바라보며 김과장은 흘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김과장의 머릿속엔 이미 오늘을 멋지고 황홀하게 보낼 훌륭한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던 그는 잠시 집에서 바가지를 들고 용감무쌍하게 안방을 지키고 있는 푹 퍼진 마누라를
떠올렸다. 지금부터 추진해야 할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일면의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시집 올 때만 하여도 예쁘다는 소리를 숱하게
듣던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였다. 그러던 것이 굴비 새끼처럼 세 딸을 줄줄이 낳아 버리더니 이제는 아예 몸매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고구마 자루처럼 푹 퍼져
버린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식욕만 왕성했으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밤의 욕구는 그것 이상으로 왕성하여 늘상 김과장을 의무방어전으로
내몰았다.
"크~ 지겨운 놈의 마누라."
회사를 한참을 벗어나 한적한 골목에서 택시를 내린 김과장은 전에도 두어 번은 왔을 법한 능숙한 폼으로 근처의 포장마차를 찾아 들었다.
"어머머 김사장님 오셨네. "
자신이 꽃다운 시절부터 청상 과부 였다고 누누이 강조하던 오십대의 포장마차 여주인이 그런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아는 채를 했다. 우연히
포장마차를 찾았던 어느날 작은 중소기업의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것인데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그 말을 진짜로 알아들은 모양 이었다. 하지만 듣기에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기실 이런 곳 아니면 언제 말년 오십 줄을 바라보는 과장이 사장님 소리를 들어보랴만.
"그래, 김천댁은 자식도 없이 내내 혼자 살었수?"
그의 단골메뉴인 소수 한병에 골뱅이를 시켜 놓고 김과장은 형식적인 물음을 던졌다. 머릿속에는 잠시 후의 프로젝트에 흥분해 하며 저만치 한쪽
길모퉁이에 비를 맞고 서있는 `로망스'란 네온 간판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바라볼 따름 이었다.
"에그 차라리 혼자 였으면 이놈의 팔자가 이렇게 사납지나 않지. 왠수 같은 자식놈 하나 때문에 녀석 대학 뒷바라지하며 이렇게 살고 있지
않겠수."
'흠. 열녀 났구먼.'
잠시 그렇게 생각하던 김과장은 서둘러 소줏잔을 비웠다.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해야만 그의 목표는 100% 달성할 수 있는 터였다.
"그래, 김사장님은 자식이 어떻게 되시우?"
김천댁이 코를 훔치며 물었다.
"나야 딸만 오지리로 셋이니 아들 하나만도 못하지. 막내가 이제야 고등학교 3학년이고 두 년이 다 대학교엘 다니니.. 그럼 뭐하나. 멀쩡하게
키워 놓으면 언제고 훌쩍 떠나면 그만인데."
"정말 맞는 말이지요. 요즘 딸 키워봤자 소용이 없다니깐."
적당히 술이 오르자 김과장은 뚱뚱하고 자그마한 키를 흔들며 벌게진 얼굴로 포장마차를 나왔다. 거리는 어둠이 내려앉아 색색의 네온등들이 더욱더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잠시후 이리저리 골목길을 휘두르던 김과장은 조금은 멋쩍은 얼굴로 '로망스'라고 쓰여진 간판 안으로 빨려 들듯
들어갔다. '로망스'는 일종의 러브 호텔이었다.
"아 사장님 아니세요. 기다렸습니다."
이십대 중반의 보이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잠시 후 방으로 안내된 김과장은 다짜고짜로 보이의 허릿춤으로 시퍼런 만원 짜리 한
장을 찔러 넣으며 거칠게 속삭였다.
"야. 너 아까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아 김사장님도 성미도 급하셔. 금방 불러 드릴 테니 잘좀 해 주십쇼."
주머니의 팁을 확인한 보이 녀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야야, 근데 말이다. 정말 스무살을 갓 넘긴 영계에다가, 에 그 뭣이냐. 대학생이 맞는감."
"아 그럼요. 제가 돈 받고 뭣하러 거짓말하겠습니까. 다들 알아주는 일류대에 쪽쪽 빠진 애들이에요. 요즘은 그렇게 감쪽같이 하루에 한두껀씩
아르바이트 삼아 몸을 파는 애들이 한두명이 아니라니까요. 그래서 자기 옷도 사 입고 용돈도 하고 학비도 내고 남자 친구 밀린 하숙비도 내주고.
요즘 애들이 얼마나 약았는데요."
"캬~ 기가 막힐 노릇이군. 여기 돈 있으니 어디 그 중에서 제일 기가 막힌 놈으로 한번 불러 봐라."
"예, 예, 그러문입쇼."
보이가 나간 후 김과장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고 옷을 훌라당 벗어 던진 채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사실 김과장이 이 여관에 드나든지도 어언 일년이 다 되어 갔다. 마누라한테 싫증이 나도 벌써 날 나이였지만 말년 과장에 변변치 못한 외모 때문에
그럴싸한 바람 한번 피워 보지 [라이브바카라 asas7.com] 못하고 지내다가 우연히 알게된 곳이 이곳이었다. 전에는 주로 전문 콜걸들과 일부 집안이 가난한 여성들이 낮엔
회사에 다니고 밤엔 몸을 팔았고 그 맛에 그럭저럭 회포를 풀며 지내 온 그였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여관 보이 녀석으로부터 정말 반가운 전화가
왔던 것이다.
"아 글쎄 말입니다. 대학생 몇년이서 그 짓을 하겠다고 찾아왔지 뭡니까.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재발로 걸어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특별히 김사장님께 전화 드린 겁니다."
"어 어 험. 그래 그래."
전화를 받으며 김과장은 떨리기까지 했다. 세상 정말 말세로다.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더러운 놈의 기집년들. 어찌됐든 좋도다. 그래야 우리
같은 놈들도 영계 구경하며 살맛 나게 세상을 살지...
대충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김과장은 흐뭇하고 흡족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서 잠시 후의 일을 회상했다. 꼬깃꼬깃 마누라 몰래 감춰 두었던
비상금을 화대비로 모두 날렸지만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저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스물도 채 되지않은듯한 가녀리고 어린 목소리 였다.
"네에, 들어오시죠."
그는 다소 점잖은 목소리로 그러나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억누르며 다가가 문을 열었다. 붉은 취침등 밑에 드러난 소녀의 옆모습은 보이의 말대로
어리고 청초해 뵈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창피했음인지 뒤로 돌아서서 입고 있던 옷들을 한커풀 두커플 벗어 던졌다. 불빛을 타고 인어같이
완벽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나신이 마치 꿈을 꾸듯 김과장 앞으로 넘실거렸다.
"아악... 더 더는 도저히 못참겠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김과장은 방안의 불을 환하게 바꾸고는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 껴안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까무러치듯 놀란 두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잡았던 몸을 놓고 뒤로 나자빠졌다.
"앗- 아.. 아빠얏!"
"아악.. 미...미영아..."
이 참으로 우연하고도 불행한 비극의 덫에 걸린 두 부녀가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해 듣지 못했다. 당시 종업원의 말을 빌리면 그
김과장이란 사내는 딸이 방문을 밀치고 도망치듯 여관을 빠져나간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줄담배를 피워 대며 그 자릴 떠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애지중지 금지옥엽 키워 놓은 딸이 그렇게 물질 만능에 쫓겨 타락해 가고 있음에 그는 눈물을 흘렸으리라. 더군다나 자신 또한 아버지로서의 모든
인격을 무너트린 채 그렇게 더럽고 추한 모습을 딸에게 들키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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