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일 목요일

[야설] 슬프도록 아름다운 (6부 )

다음날 찬승은 학교가 끝난 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홀로 종로로 갔다. 토익학원에 가기 위함이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수업에 3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보니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학원에 있었다.
‘휘유우…. 영어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등한시해와 크게 실력이 부족한 자신으로선 이렇게 영어에 매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니 자괴심이 일었다. 건물 구석구석 남아있는 의자가 없을 정도로 빽빽이 앉아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잠깐 앉아있는 시간에도 영어 책을 꺼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자신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채찍질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찬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잠시 후 일찌감치 강의실에 들어가 앞쪽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뿌듯해 하고 있자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찬승의 주위에 있는 앞자리는 순식간에 메워졌다.
‘앞자리를 잘 맡았는걸.’
스스로에게 만족해하며 가방에서 펜을 꺼낸 찬승은 또각거리는 구두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봐야 했다.
허리라인이 잘록하게 들어간 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차가운 표정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는 여자의 구두소리였다.
‘미, 미경이잖아.’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고 검은 생머리에 작고 새하얀 얼굴. 게다가 예의 그 차갑고 도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여자는 금요일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미경이었다. 미경은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백에서 검은 뿔테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그러자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도도하고 이지적인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살아났다.
잠시 후 강의를 듣던 찬승은 슬쩍 고개를 돌려 미경을 바라봤다. 미경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강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찬승은 다시 고개를 제자리로 하며 생각했다.
‘나 앉아있는 것 못 봤나? 어휴…. 그래도 앞으로 화목금마다 볼 텐데 하필 미경이라니…. 쉬는 시간에 아는 체라도 해보자.’
강의 한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찬승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경에게 슬쩍 다가갔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그저 조용히 책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저, 저기….”
찬승이 그런 미경의 앞에 가서 조용히 입을 열자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고개를 들어 찬승을 빤히 바라본다. 검은 뿔테 안경 안쪽에 있는 무표정한 미경의 눈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고 있었다. 당황한 찬승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
“나, 나 몰라?”
“누구세요?”
쿵. 찬승은 머리를 무언가로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경이 아닌가? 아니다. 저 차가운 표정과 검은 뿔테 안경하며 도시적이고 세련된 매력. 분명히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맞다. 근데 자신을 모른단다.
찬승의 입이 힘겹게 열린다.
“아…. 난 02학번 김찬승이라고…. 너랑 금요일에 영어 수업 같이 듣는데. 그 저 왜 아영이 옆에 앉아 있는….”
“아 예. 안녕하세요.”
미경은 그렇게 대답하며 인사를 했지만 누구인지 알았다는 듯한 깨달음의 표정은 분명히 아니었다. 게다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볼일이 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숙여 나눠준 교재를 바라본다.
‘이, 이럴 수가!’
찬승은 미경의 태도에 경악하여 더 이상 말을 붙일 용기를 갖지 못하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충격이 컸다. 미경이 그렇게 인사만 하고 자신을 무시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 꽤 자주 본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신이 미경을 보기만 했을 뿐 눈이 마주치거나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자신을 쳐다본 기억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달은 찬승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후우…. 난 안중에도 없는 건가. 뭐야 이게! 아는 체 안 해도 되는 거였잖아!’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아무 인사 없이 조용히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미경을 보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
“어라 웬 미역국?”
밥을 먹으려 의자에 앉는 찬승은 식탁에 놓인 미역국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어머니가 가볍게 찬승의 꿀밤을 때리며 말했다.
“욘석아 너 생일이잖아.”
“아.”
찬승은 정말 몰랐다. 1학년 때는 여자친구와 보내느라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군대에서 생일을 안 보낸 지 꽤 오래되었기에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도 죄다 군대에 있어서 놀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생일을 기억하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밥을 먹고 학교에 가려고 하자 어머니가 묻는다.
“오늘 친구들이랑 놀고 오니?”
어머니의 말에 찬승은 갑자기 지현이 떠올랐다.
‘그제 오늘 내 생일인걸 알았었는데…. 기억해주려나. 기억 못하겠지.’
“모르겠어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은 있어서인지 아니라는 말은 못하는 찬승이었다.
요새는 그래도 수업시간에 지현의 바로 뒷자리에 앉는 찬승이다. 얼마 전 지현의 동기 두 명과 조금 친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업시간에 가끔 뒤를 돌아보는 지현과 장난도 칠 정도였다.
지현과 함께 점심을 먹던 도중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말했다.
“선배 오늘 생일이죠?”
“아…. 어.”
“선배 생일 축하해요.”
지현은 특유의 환한 눈웃음을 지으며 찬승의 생일을 축하했다. 찬승은 지현이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주자 감동으로 눈물이 글썽거릴 것 같았다.
“고, 고마워.”
“오늘 술 마셔요. 제가 생일주 만들어 드릴게요.”
“생일주?”
찬승이 놀라며 말하자 지현이 씨익 웃는다.
“생일엔 당연히 마셔야죠. 친구들이랑 같이 가요!”

“….”
수업이 끝나고 술집에 온 찬승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지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혼자 앉아 있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와 함께 온다는 동기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말 없는 찬승의 조용한 눈길을 받는 지현은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친구들이 그 사람 생일에 왜 자기들이 가냐며….”
순진하게 그걸 또 말하는 지현.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말에 찬승은 잠시 황당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앞에 앉아 생일을 축하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 선배일 텐데 이렇게 생일 축하한다고 같이 있어주고….
“고마워.”
지현은 생뚱맞게 고맙다고 말하는 찬승을 놀라 바라봤다. 자신이 말한 친구들의 반응에 화가 나서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잠시 후 찬승은 지현에게 고맙다는 말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왜 넣어!”
“제 맘이죠!”
맥주에 안주를 포함한 이것저것을 마구 집어넣는 지현.
“야! 먹을 수 있는 것만 집어넣어!”
지현이 막 휴지를 잡는 순간이었다. 찬승이 극구 만류했지만 지현의 잽싼 움직임을 당할 수 없었다. 이윽고 지현은 생일주를 완성하였고, 사악함이 살짝 묻어있는 웃음을 지으며 찬승의 앞에 내려놓았다.
“드세요!”
“…너.”
“예?”
“넌 생일 언제냐.”
찬승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생일주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지현은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전 겨울방학 때요.”
“쳇….”
찬승은 아깝다는 듯 혀를 차며 생일주를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맛없다. 토할 것 같다. 고등학교 때 먹은 친구들의 음모가 섞인 생일주보다는 덜 했지만 너무나도 역겨운 맛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선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 일어난다…. 이렇게 생일을 챙겨주는 후배가 있다는 생각에….
이윽고 생일주를 다 마신 찬승은 자신의 입안에 들어가 있는 휴지를 꺼냈다.
“푸핫!”
지현이 그런 찬승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
“야 괜찮냐.”
술집에서 나오자 금세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는 지현에게 찬승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으헤헤 괜찮아요 괜찮아.”
술에 취한 지현은 특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괜찮다고 했지만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괜찮지가 않았다. 그런 지현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찬승은 잠시 고민에 빠진다.
‘내가 데려다 줄까…. 그냥 저렇게 보내기에도 불안하고…. 괜히 데려다 줬다가 나중에 쟤 동기들한테 소문이라도 나면 또 오해 받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고민하던 찬승이었지만 역시나 술에 취한 여자를 혼자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찬승은 지현에게 다가가 부축을 하려고 어깨를 감싸려다 퍼뜩 놀라고는 살짝 팔을 잡았다. 어깨를 감싸려하자 왠지 두근거리는 마음에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팔을 붙잡았을 뿐인데도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지현의 가느다란 팔의 감촉에 왠지 이상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에게 묻는다.
“지현아 지현아. 너 집에 같이 가자. 집 어디야?”
“목동역이요.”
찬승에게 팔을 붙잡혔어도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지현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어 야 같이 가.”
얼떨결에 팔을 놓친 찬승은 비틀거리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팔을 다시 한 번 붙잡아 부축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8시쯤의 지하철은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둘이 함께 간신히 올라타자 지하철이 천천히 출발한다. 찬승은 지현을 문 쪽 구석에 세우고는 자신이 그 앞에 섰다. 서로의 발끝이 교차될 정도의 가까운 거리…. 찬승은 괜스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지현을 내려다보았다.
‘귀신 같군….’
찬승은 쓴 웃음을 지었다. 술에 취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길고 검은 생머리가 앞으로 내려와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긴 머리에서 풍기는 샴푸 향기는 찬승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도록 충분했다.
그러나 찬승은 모르고 있었다. 지현은 술에 취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게져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서 있는 것이 처음인 지현이었기에 찬승과 서로의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서 있는 것은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에게 있어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환승하는 역까지 와서 간신히 문에서 내리자 지현이 먼저 비틀거리며 내린다. 취하긴 했지만 정신은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이었다. 환승을 하러 가는 동안 지현은 계속해서 찬승에게 고개를 꾸벅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선배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아…. 고맙습니다아….”
찬승은 그럴 때마다 알았다고 그만하라고 했지만 지하철을 탈 때까지 지현의 인사는 멈추질 않았다. 목동역까지 가는 지하철을 타자 마침 비어 있는 두 개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찬승은 지현을 부축해 자리에 앉히고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이내 지현은 꾸벅 꾸벅 고개를 떨어뜨리며 졸기 시작하더니 찬승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올려놓는다.
‘뭐야…. 금세 잠들었잖아.’
찬승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고르게 숨을 쉬며 잠을 자는 지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척이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성이라기보다는 왠지 동생이나 후배란 느낌이 강했다. 키도 크고 날씬하지만 이상스레 여자로서의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어깨를 내주고 있는 이 상황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오히려 편안했다.
잠시 후 목동역이 가까워지자 찬승은 여전히 자신의 어깨에서 잠을 자고 있는 지현을 살짝 흔들어 깨운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드는 지현….
“앗…!”
자신이 찬승의 어깨에 기대어 잤다는 사실을 안 지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선배.”
지현의 사과에 당황한 찬승은 재빨리 두 손을 저었다.
“아냐! 죄송하긴…. 잠깐 기댈 수도 있는 거지.”
찬승의 괜찮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지현의 고개는 들릴 줄을 몰랐다. 그리고 목동역에 도착하자 지하철에서 함께 내린 지현이 입을 열었다.
“선배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이제 술 다 깬 것 같아요.”
지현은 특유의 맑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찬승은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더 이상 그 특이한 웃음소리를 짓지 않는 걸 보니 확실히 술이 깼다고 생각했다.
“그래. 역에서 집 가까워?”
“예. 조금만 걸어가면 되니까 이제 돌아가셔도 되요. 저 말짱하니까요. 헤헤….”
집이 가깝다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말에 찬승은 끝까지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왠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알았어. 조심해서 들어가.”
찬승이 웃으며 말하자 지현은 이내 허리를 한 번 푹 숙이고는 도망치듯 뛰어갔다.
*
다음 날 찬승은 영어 학원에 가자 먼저 와 있는 미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새 뿔테 안경을 꺼내 쓰고 책을 보고 있는 미경의 표정은 정말 도도함 그 자체였다. 하얀 피부에 조그만 얼굴은 확실히 예쁘고 세련된 얼굴이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붙이기 힘든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에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찬승은 그래도 같은 과 후배인데다가 같이 학원을 다닐 사이니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옆에 앉기로 했다. 옆에 앉으며 바라봤지만 전혀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 주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같았다. 좋게 말하면 집중력이 있다고 해야하나….
찬승은 어색하게 손을 들어 미경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그러자 책을 보던 미경은 슬쩍 고개를 들어 찬승을 바라본다. 한 3초간을 바라보던 미경은 이내 살짝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했다.
“아 예. 안녕하세요.”
그리고 그걸로 끝. 미경은 다시 고개를 숙여 책을 바라본다.
‘정말 다가가기 힘든 후배군….’
찬승은 속으로 쓴 웃음을 지으며 가방에서 교재를 꺼냈다.
잠시 후 쉬는 시간이 되자 찬승의 옆에 앉아 있던 미경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그런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뒷모습을 힐긋 바라본 찬승은 슬슬 밀려오던 졸음도 깰 겸 음료수를 뽑으러 나갔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있자 미경이 나타났다. 화장실에 들렀다 온 모양이었다.
찬승은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자판기 앞에 서며 음료수를 뽑으려 하자 재빨리 자신의 동전을 넣으며 말했다.
“내가 뽑아 줄게.”
찬승의 돌발적인 행동에 미경은 살짝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버튼을 눌러 음료수를 뽑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아 고맙습니다.”
찬승은 항상 차가운 태도의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에게서 인사를 받자 기분이 꽤나 좋아 크게 웃었다.
“하하하. 고맙긴 선배로서 당연히 뽑아줘야지.”
“아 네….”
미경의 대답은 항상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대답하기 싫은 말 앞에 붙이는 ‘아’라는 감탄사가 항상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금세 무안해진 찬승은 그저 조용히 음료수만 홀짝 거린다. 그러다가 음료수를 마시지 않고 그저 가만히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를 발견했다. 여기서 마시고 싶지 않고 들어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항상 차가운 태도의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였지만 이렇게 음료수까지 뽑아준 선배를 두고 휙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눈치 챈 찬승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 수업시작 하겠다. 들어가자.”
찬승은 말을 마치고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미경이 찬승의 뒤에 대고 조용히 묻는다.
“저기 죄송한데 선배 이름이 뭐랬죠?”
“어…?”
자리에 멈춰서며 고개를 돌린 찬승의 표정엔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금요일 날 학교에 가자 찬승을 대하는 아영의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저번 중간고사 때 시험지를 보여줬다는 이유에서였다.
“안녕하세요. 선.배.”
스모키 화장을 진하게 한 여우같은 눈에 살짝 웃음기까지 서려 있는 표정으로 선배라는 두 글자에 힘주어 말하는 아영. 그런 아영을 바라보는 찬승의 표정이 이상하다. 왜 나에게 인사를 하냐는 식의…. 그러자 아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기껏 인사를 했는데 왜 안 받아 주냐는 식의…. 그런 아영의 표정을 받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찬승은 그제야 인사를 했다.
“어어…. 아영아 안녕.”
“안녕하세요.”
아영의 옆자리에서 또 다시 들려오는 인사 소리. 찬승은 물론이고 아영도 놀라 옆자리를 쳐다봤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조용히 책을 내려다보고 있는 미경이었다. 비록 인사만하고 책을 보는 미경이었지만 찬승은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먼저 인사를 했다는 생각에 기뻐 미소까지 머금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응 안녕.”
그러자 아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자신에겐 얼떨떨해서 인사를 하고선 미경에겐 미소까지 지어준다. 게다가 평소 사람들에게 아는 체 하지 않고 선후배 관계가 아예 없는 걸로 유명한 미경이 먼저 아는 체를 하다니…. 찬승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영이었지만 괜히 자신이 미경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자 살짝 심기가 꼬인다. 그래도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해 책을 보고 있는 미경에게 살짝 물어봤다.
“미경아 너 저 선배 어떻게 알아?”
“영어 학원에서 만났어.”
미경은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 아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서 혼자 실실 웃고 있는 찬승을 바라보며 재주도 좋다고 생각했다. 미경은 1학년 때부터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로 주위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많은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워낙 다가가기 힘든 타입인데다가 학교에서 잘 보이지도 않아 친구들이 없었다. 자신도 그저 학교에 수업만 들으러 올 뿐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같이 다니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미경에게 인사를 받다니…! 게다가 요즘엔 찬승이 학교에서 자신의 동기인 정지현과 함께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지현 또한 04학번에서 가장 예쁘다는 여학생 중 한명이 아닌가….
아영은 자신과도 몸을 섞은 적이 있는 찬승을 유심히 살펴봤다.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꽤 잘생긴 편이다. 성격도 나쁜 것 같지 않고…. 복학생이라 그렇지 1학년 때는 동기들 중에 꽤나 인기가 있었을 것 같았다.
‘흐응…. 의외로 여자들이 달라붙는 타입이란 말이지…. 운이 좋은 건지 뭔지….’
그러다 아영은 고개를 바로하며 신경질적으로 책을 폈다.
‘쳇. 내가 왜 신경을 쓰는 거야!’
실실 거리던 찬승은 아영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다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신경질적으로 책을 펴는 것을 힐긋 보고는 조심스레 책을 펴야 했다.
*
오늘도 역시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학원으로 향하는 찬승. 영어 공부를 시작했으니 진지하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단어장을 보며 가는 중이었다.
‘아 뭐가 이리 안 외워지냐….’
정말 안 외워진다.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금방 금방 잊어버린다. 군대를 제대할 때는 사회에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시간이 흐르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열심히 외우던 찬승은 이내 단어장을 덮고는 고개를 들어 한숨을 푸욱 쉬었다. 그때 보이는 한 여자.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미경이다. 찬승과 마찬가지로 영어학원에 가는 모양이었다.
찬승은 오늘 인사도 했겠다 옆에 다가가 아는 체를 해보기로 했다.
“학원 가니?”
찬승이 옆에 서며 조용히 묻자 미경이 살짝 움찔거리며 놀라는 기색을 보인다. 그러나 말을 건 상대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예.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미경. 남들이 으레 인사하는 선배도 학원 가세요? 라든지 선배는요? 라는 말은 전혀 나오질 않는다.
그러나 찬승은 아무리 차갑고 쌀쌀한 태도라도 미경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 지금 학교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지현 밖에 없다. 몸까지 섞은 아영도 있긴 하지만…. 둘째로 학원을 같이 다니는 입장이니 친해지면 학원에서 혼자 수업 들으며 심심해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찬승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미지를 가졌다. 하얗고 예쁜 작은 얼굴에 도시적이고 세련되고…. 정장을 입혀 놓으면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를 풍길 것 같았다. 지금은 안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미경이 그 특유의 검은 뿔테 안경을 쓰면 찬승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찬승의 이상형인 천사와 전혀 다른 이미지이만 미경 같은 느낌의 여자도 싫진 않았다.
그런 일념 하에 찬승은 이것저것 질문해보기로 했다.
“넌 어디 살아?”
“중랑구요.”
“아 난 혜화 쪽에 살아.”
“예.”
“…음. 나이는?”
결국 미경의 단답형 질문에 화젯거리가 떨어진 찬승은 이상한 질문까지 하고 만다.
“….”
그러한 질문에 미경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찬승을 빤히 바라보자 찬승은 급히 변명을 해야 했다.
“아니…. 혹시 재수하지 않았나 싶어서 하하하.”
안 웃긴다. 찬승 자신이 생각해도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최악의 질문이었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뜻 아닌가? 그러나 미경의 표정은 화가 났는지 안 났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안 했어요.”
“아 그래….”
대답을 하곤 다시 고개를 돌리는 미경을 보며 찬승도 조용히 손잡이를 잡았다.
*
“엄마 [온라인카지노 asas7.com] 저 다녀올게요!”
“응 그래.”
유독 날씨가 화창한 5월의 주말 오후. 찬승은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 어머니와 텔레비전을 보던 도중 현관으로 뛰어가는 동생의 모습을 보고 경악해야 했다.
파스텔 톤의 화사한 티셔츠와 새하얀 플레어스커트. 요새 대학생의 평범한 옷차림이었지만 서희에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해져 유독 얇아진 티셔츠는 서희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몸매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하얀색의 플레어스커트는 허벅지 위쪽까지 올라가 계단 아래서 보면 팬티가 보일 것만 같았다. 게다가 서희의 가슴이 워낙 큰 편이라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림이 여실히 보일 정도로 드러나 있었다.
찬승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서희의 희고 매끈한 다리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너 어디 가냐.”
“남자친구 만나러 가지.”
서희는 뒤도 돌아보지 [라이브바카라 asas7.com] 않고 신발을 신으러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끄악….’
하얀색 팬티가 살짝 보인다…. 허리를 숙이자 짧은 플레어스커트의 뒷부분이 올라간 탓이다. 그러나 서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재빨리 신발을 신고는 문을 나섰다. 찬승은 한 동안 살짝 보인 서희의 팬티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서희 저렇게 입고 가는데 아무 말씀 안하세요?”
그러나 어머니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에 깔깔 웃으며 찬승을 쳐다보지 [라이브바카라 asas7.com]도 않는다.
“아이고 뭐가 저리 웃기냐…. 뭐 어떠니 요즘 애들 다 저렇게 입는데. 어머? 아하하하하!”
찬승은 이젠 손뼉까지 치며 웃는 어머니를 외면하고는 속으로 걱정했다.
‘아 미치겠네…. 저런 거 입으면 남자친구의 반응은 뻔한데….’
뻔했다. 찬승도 경험이 있어 알고 있었다. 전에 은설과 사귈 때 아직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와 섹스경험이 없을 무렵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짧은 치마나 조금만 가슴이 패인 옷을 입고 나와도 하루 종일 자지가 발기한 상태로 데이트를 했었다. 머릿속엔 온통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벗은 모습만 떠오르며 욕구를 못 참고 평소와 다른 은근한 스킨십을 시도하지도 않았던가…. 서희의 남자친구도 분명히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하자 찬승은 여동생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
이제 완연한 봄의 기운을 넘어 여름으로 접어드는 듯한 5월의 따스함도 어느 새 그 반환점을 훌쩍 돌고 있었다.
지현과는 이제 무척이나 친해진 찬승이었다. 지현뿐만 아니라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동기 두 명과도 꽤 친해져서 얘기도 자주 나눈다. 하지만 이상하게 밥은 같이 먹지 않았다. 점심 때 같이 밥을 먹자 하면 지현의 친구 두 명은 웃으며 둘이 먹으라고는 쫄래쫄래 달아난다.
하지만 그런 친한 지현과 만나는 날은 월요일, 수요일뿐이었다. 다른 날은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수업도 없었다. 그래서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항상 혼자 다닐 뿐이었다. 그래도 이제 제법 익숙해진 찬승이었다. 커다란 배낭 같은 가방을 메고 다니는 복학생 같은 모습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지하철을 타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혼자 종로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은 화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젠 제법 여유로운 자세로 지하철 문에 기대어 영어 단어장을 본다. 그러나 곧 눈에 들어온 두 남녀의 모습에 집중력을 잃어버려야 했다.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 은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환한 미소로 옆에 서 있는 경태란 후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경태는 가끔씩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인다. 그러면 은설은 눈웃음까지 지으며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찬승은 재빨리 돌아서 문 쪽을 바라봤다. 자신과 편하게 웃으며 인사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였지만 찬승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질 못했다.
그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다.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이젠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보다 훨씬 예쁜 후배들이 주위에 있다. 그런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다른 남자의 곁에서 저렇게 행복해하는 전 여자친구 모습을 보니 이렇게 가슴이 아플지 몰랐다. 전에는 내 팔에 매달려 나에게 저런 행복한 미소,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였는데….
그런데…. 그런데 이젠 모두 지나가버린 추억이다.
‘추억….’
추억이 아름답다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왜 자신에겐 추억이 아름답지 않은가. 왜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와의 지난 추억을 떠올리면 이렇게 한 쪽 가슴이 답답하고 아플까?
어떻게 하면 이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찬승은 열리는 지하철 문을 힘겹게 나섰다.
*
금요일 점심은 항상 혼자 먹는 찬승이다. 아영, 미경과 영어 수업이 끝난 후의 점심시간이지만 찬승은 차마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들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솔직히 점심 같이 먹자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수업이 끝나자마자 휙 하고 나가버리는 두 명의 여자 후배를 붙잡을 만큼의 용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웬만큼 익숙하다. 혼자 밥을 먹는 일도…. 그러나 우물우물 밥을 먹던 찬승은 곧 열심히 움직이던 숟가락을 멈춰야 했다.
‘아, 아…. 이럴 수가.’
찬승의 앞옆, 즉 대각선 쪽으로 천사가 마주 앉은 것이다. 그리고 천사의 앞에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친구인 듯한 또 한 명의 여자가 앉았다.
새하얀색의 후드티를 귀엽게 입은 천사는 친구와 마주 앉아 세상 모든 것이 환해질 정도의 미소를 지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찬승은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 온 세상이 자신과 분리되어 이 테이블이라는 공간 외에 아무런 것도 보이질 않는다.
‘예쁘다…. 저렇게 예쁠 수가….’
천사의 얼굴은 아기와 같이 맑고 순수하다. 하얀 피부와 귀여운 얼굴을 떠나서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미지가 너무나도 깨끗했다.
그러나 찬승은 이내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계속해서 천사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의 얼굴은 얼마든지 쳐다볼 수 있었지만 천사의 얼굴은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기 힘들었다.
천사의 얼굴에서 눈을 떼자 드디어 바깥세상과의 교감신경이 재개통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조금씩 비워가는 볶음밥이 서서히 눈앞에 그 형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귀에는 하나 둘씩 옆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전달되어 들어온다.
“야야. 너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2년 넘지 않았니? 남자친구 사귈 때도 되지 않았어?”
천사의 친구가 하는 말이다. 찬승은 그 말에 밥을 제대로 담지도 못한 숟가락을 입에 집어넣는다.
“아직.”
꽈릉! 단 두 글자였지만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찬승의 머릿속에 천둥이 쳤다. 목소리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한 겨를도 없이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에이. 얘는 너 이제 4학년이고 좀 있으면 졸업인데 미래의 남자도 생각해야 될 것 아냐.”
친구의 말에 천사가 웃었다. 이번엔 웃음소리다. 찬승이 살짝 고개를 들어 보니 젓가락을 쥔 작고 하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웃는 것이….
‘아 정말 진짜 완전 천사잖아….’
찬승은 감동으로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들려온 천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가 있어야지.”
“없기는…. 너 좋아하는 오빠 있다며. BMW 끌고 다닌다는 그 오빠.”
“아냐. 아직 몰라.”
찬승은 이 대화를 듣는 순간 너무나도 기뻤다. 남자친구가 없다! 자신이 용기 내어 다가가 고백할 것은 아니었지만 천사가 사귀는 남자가 없다는 사실 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기쁨에 밀려 왔다. 하지만…. BMW를 끌고 다닌다는 남자가 천사를 좋아한단다. BMW…. 이 영어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그 이후 천사와 친구가 나눈 대화는 소소한 것들이었다. 찬승은 친구가 천사의 이름을 불러주길 끝까지 기다렸지만, 둘이 자리를 뜰 때까지 천사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알아낸 것이 있었다. 천사의 학년…. 현재 4학년이었다. 그럼 나이는 자신과 동갑일 수도 있고 연상일 수도 있었다. 03학번부터는 절대 4학년이 될 수 없으니까….
천사와 친구가 떠난 자리는 다른 사람에 의해 채워졌다. 하지만 찬승은 한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천사가 앉아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모습이 선명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뭐야…?”
“몰라.”
그러나 찬승은 이내 정신을 차려야 했다. 자신이 새로 온 여학생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학생은 앞의 친구와 자신을 보며 이상스레 수군거리고 있었다.
‘윽. 수업 들어가야지.’
찬승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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