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야설] 난륜여행(亂倫旅行) -11부

▣ 제 11 회 삶의 변화
갑자기 기러기 아빠가 되어 버렸다.
집사람이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딸애들 돌본다는 이유로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큰처남댁과 공동투자를 하여 레스토랑을 열고, 그 경영을 작은처남댁에게 맡긴 일이 아내의 자존심을
건드린 결과다.
아이들 대학 마칠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단다.
딸들 미국 보내고 둘만 생활하던 그 자유스러운 날들, 자신도 레스토랑이 아니라 무슨 일을 맡겨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의 여유도 있는데, 자기와는 의논도 없이 올케에게 그 큰 레스토랑
을 맡긴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하기야 근 십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만든 사업체, 큰처남댁과 동업이라고는 하나 자신은 큰올케와
동등한 입장이 되어 참여하고 작은 올케를 수하로 부리면 될 일을, 한마디 의논도 않고 작은올케에게
덜렁 경영을 맡겼으니 울화가 터지고 심통을 부릴 만도 했다.
그러나 실은, 울고 싶던 차에 뺨 때려준 경우였다.
아내의 말처럼 레스토랑을 책임지게 했더라도 그 일에 만족하여 혼신을 다할 아내는 물론 아니었다.
언제나 허영에 들떠,
자신은 미국처럼 자유분방한 세상이 어울린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아내,
때문에 두 딸과 함께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었다. 딸아이의 영어선생이라는 그 젊은 미국인과 죽이 맞
아 집안 살림을 등한시하며 미국 갈 기회만 노리던 아내에게 레스토랑이라는 좋은 핑계거리가 때맞춰
던져진 것이다.
딸 둘 모두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고등학교에 유학을 하고 있었다.
사실은 아이들의 공부가 뛰어나서 유학을 간 것이 아니고, 이놈들도 허영기 많은 것은 제 엄마 [온라인카지노 asas7.com] 닮아
그중 큰 놈은 영화를 공부를 합네, 작은 놈은 디자인 공부합네, 엄마 [온라인카지노 asas7.com]를 졸라 미국 간 것이 한해 두
해 지나 이제 수년이 지났다. 그 딸들에게로 휭 하니 떠나버린 것이다.
그조차도 미국으로 날아가기 직전,
핑계거리를 온 가족에게 충분히 퍼뜨리고자, 아직은 작은처남댁에 함께 기거하고 있는 장모에게 찾아
가 패악을 부렸다.
그것도,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작은처남댁이 레스토랑을 하게 되었다 기뻐하며 축하하기 위해 모든 가
족이 모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우리집 재산 모두 털어 넣어 작은올케만 잘 살게 레스토
랑을 차려 주었느냐며, 이젠 나와 한집에서 생활하며 얼굴 마주치는 꼴조차 보기 싫으니 미국에 있
는 애들에게 가버릴 거라 한바탕 난리를 친 것이다.
백서방이 처가를 도운 건데 왜 그러느냐고 장모가 나서서 달래어 보아도 막무가내, 작은올케의 처지
가 그러해 일을 맡기고 이익금을 서로 나누는 동업관계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내 남편 돈으로 왜
올케언니가 사장을 해야 하느냐고 따지고 드는 것을 어찌 답해야 될지 그저 답답해 묵묵부답 일 수밖
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보다 작은 처남댁이 좌불안석이었다. 부끄럽게 달아오른 얼굴을 시누이 앞에 보일 수도 없었고 레
스토랑을 맡아 하게 된 연유도 자세히 설명을 할 형편도 아니니 한마디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어야만 했던 자리였다.
이렇게 되어 본의 아니게 나의 홀아비 아닌 홀아비 생활이 시작되었다.
* * * * * * * * * * * * * * * * * *
휴일 낮,
넓고 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빌라의 침실에서 이것저것 모든 일이 귀찮아, 잠이나 잘까 늘어지게 누
워 침대에 뒤척이고 있는 그때,
- 딩동! 딩동!
적막 같은 집안에 현관문의 초인종 요한하게 울렸다. 비디오 폰으로 밖을 바라보니 장모님이다.
급히 문을 열려다 아차, 누워있던 차림 그대로 달려 나왔으니 팬티바람. 얼른 돌아 들어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현관문을 여니 장모님과 작은처남댁이 큼직한 수박 한 덩이를 들고 서 계셨다.
“ 나 왔네, 잘 계셨는가? ”
“ 장모님께서 어인 일로? 어서 들어오세요. ”
현관문을 들어서며 실내를 한 바퀴 둘러보는 장모님의 표정은 애처로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 뭘 처음 오시는 집처럼 그리 둘러보고만 계십니까, 서 계시지만 말고 어서 이쪽으로 앉으세요. ”
응접실 소파로 안내해 징모님을 좌정 시킨 후 그제야 작은처남댁에게도 인사를 했다.
“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많이 바쁘지요? 그래도 손님이 많다니 기분은 좋습니다. ”
작은 처남댁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미안한 듯 대답했다.
“ 죄송해요, 고모부. 괜히 저 때문에 고모와 불화도 생기고 이 고생을 하시네요. ”
“ 아닙니다. 그 사람 원래 성격이 그래요. 괜히 딸들이 보고 싶어서 안달을 부린 거예요. ”
별일 아닌 것처럼 웃으며 말하는 내 모습에 장모님이 더 안타까워했다.
“ 처가에 도움을 주면 지가 더 고마워해야할 년이 서방 고마운 줄 모르고 미국으로 도망을 가다니.
백서방, 내가 딸년 잘못 키운 죄니 날 원망 하게나! ”
“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장모님. 애들 엄마 [온라인카지노 asas7.com] 괜히 미국가려는 핑계였다니까요. 그러다 미국생
활 싫증나면 돌아올 겁니다. 아무 걱정 마세요. ”
“ 그리 생각해주니 고마우이. 그나저나 식사는 제때 하고 있는가? 어허 참, 매일 밖에서 사먹고 다
니겠구먼! ”
딸의 철없는 행동에 울화통도 터지고, 처가를 제 집처럼 여기는 이 착한 사위가 졸지에 홀아비처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마음이 아파오는 장모님이었다.
“ 밥은 굶지 않으니 아무 염려 마세요, 장모님. ”
웃으며 대답하는 나를 바라보던 장모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 사먹는 밥이 어디 안사람이 해주는 밥만 할까? 집안에 아낙이 없으면 이리도 집구석이 허전해 지
는 것을, 에이 모진 년! 얘야, 백서방 잡숫게 수박이라도 좀 썰어 오너라. ”
수박을 들고 주방을 향하는 처남댁을 향해 은근히 한마디를 던졌다.
“ 나 커피 한잔 뜨겁게 타줘요. 요즈음은 혼자 커피 타 마시기도 귀찮아서... ”
살짝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머금는 작은처남댁의 눈빛이 아름답다.
“ 그래, 옳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차 한잔 끓여줄 사람도 없으니, 쯧쯧... 이 넓고 텅 빈 집안이
얼마나 쓸쓸하겠나. 백서방, 못난 딸년 대신에 내가 저녁마다 따뜻한 밥 한끼는 꼭 해줄 테니 너무
애들 어미를 미워하지는 말게나. ”
처가 챙기려다 생각치도 않은 별거까지 하게 된 사위가 못내 안쓰럽기도 하고, 그보다 혹시
딴 마음이라도 먹지는 않을까? 사위 달래기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장모님이었다.
시어머니의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작은처남댁은 더 더욱 안절부절 하며 답답한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런 며느리의 마음을 짐작할 길이 없는 장모님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내게 다짐하듯 말했다.
“ 백서방 내일부터는 내가 저녁밥 해 놓을 테니 괜히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말고 일 마치면 일찍 들
어와 계시게. 잘못해 술병이라도 들어 몸 망가지면 큰일이네. 어멈아, 이제 돌아가자. ”
그저 이런저런 걱정이 마음속에 가득 담겨있는 당부였다.
* * * * * * * * * * * * * * * * * *
다음날 저녁,
정말 장모님이 내 집에 들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음식을 한상 가득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 우와, 장모님! ”
“ 얼른 씻고 와서 들게. ”
아내 가고 처음 집에서 먹는 저녁밥이다. 허겁지겁 떠 넣는 모습을 지긋한 눈길로 바라보고 계셨다.
“ 장모님이 해주시는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에 포식 했습니다. ”
“ 그런가? 솜씨 없는 음식, 맛있게 먹어주어서 고맙네. ”
“ 아닙니다, 장모님. 집사람이 해주던 밥보다 훨씬 맛있는데요. 이왕 해주신 거 매일 먹여 주셔야
합니다? ”
그냥 따뜻하게만 해준 밥과 반찬들이다.
‘ 에이, 매정한 년! ’
별 것 아닌 밥 한끼 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하는 사위를 보니, 딸 떠나고 혼자지난 날들이 얼마나 외롭
고 쓸쓸했으며, 뜨거운 밥 한그릇과 차 한잔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애처로운 마음에 가슴이 저려오는
장모님이었다.
“ 염려 마시게, 김서방. 내, 애들 어미 오는 날까지 식은 음식 먹지 않도록 해줄 걸세. ”
“ 정말요, 장모님? 그러면 집사람이 아주 안 오는 게 낫겠네? 장모님이 해주시는 음식이 훨씬 더 맛
있거든요! ”
“ 예끼, 이사람. 농담이라도 그런 말 말게. ”
사위사랑은 장모라 했던가?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아 반찬을 챙겨 숟가락 위에 올려놔 주고 밥 한술 뜨는 모습까지 다감한 눈빛으
로 바라보고 있는 장모님의 눈동자 속에는 마치 자식을 바라보듯 흐뭇함이 배어있었다.
장가들어 오늘까지 난 장모님의 흐트러진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언제나 단아한 한복차림에
자상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가족들을 대하며 큰소리 한번 내는 일 없었다. 그러나 지금껏 단 하루도
식구들 보다 늦게 일어난 날이 없으며, 화장을 하지 않고 부스스한 얼굴을 가족들에게 보인 적이 없
을 만큼 자신에게는 더 없이 엄격한 장모님이었다.
언젠가 그런 장모님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었다.
“ 이 사람아, 나이 들어 내가 스스로 나를 관리하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늙은이가 되어 버렸을 걸세.
일찍 청상이 된 내가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 내 자식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놀림당하고 괄시를 받을게
아닌가? ”
시골 부잣집에 열여섯에 시집와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그 많은 재산과 가솔들을 서릿발처럼 관리
하며 세상이 아비 없는 자식을 바라보는 편견을 극복해 가고자 한, 장모님의 지극히 자식 사랑하는
마음의 처세였던 것이다.
그 단호한 성격과 자상한 마음을 지닌 장모님이, 이제 딸은 멀리 가버리고 이 큰 집에 혼자남아 홀아
비 같은 생활을 하는 사위가 안타깝고 마음이 아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 아, 잘 먹었다. 장모님 이왕이면 커피도 한잔... ”
“ 알았네, 내 끓여 줌세. 자네,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지? ”
“ 하하하... 장모님, 제 식성까지도 알고 계시고, 역시 장모님이 최고란 말이야! ”
“ 그야 자네가 처가에 올 때마다 봐 왔으니까. 잠시 소파에 앉아 기다리게 내 곧 끓여 올게. ”
한복 자락을 방바닥에 끌며 주방 쪽으로 걸어가는 장모님의 뒷모습은 중년의 풍만함을 보이며, 사뿐
사뿐 걷는 그 걸음은 너무나 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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