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야설] 처가연정(妻家戀情) (상편 )

▣ 제 1 장 애련(哀憐)
상가의 밤은 점점 깊어갔다.
한차례 문상객이 다녀가고, 이제는 술에 취해 누울 자리를 찾는 사람, 옹기종기 모여 화투를 치느라
부산스러운 사람, 울다가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몇 사람만 남은 영안실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가까운 지인들 외에는 그리 문상객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아로 자라 자수
성가한 영훈에게는 가까운 사람이라고는 회사의 동료들 그리고 처가 식구가 고작인 때문이었다.
검은 양복을 입고 팔엔 상장을 낀 채 벌개 진 눈으로 영정 사진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영훈의 입술은
한일자로 굳게 다물어져 있다.
그의 곁에 중년여인이 살며시 다가와 영훈의 손을 잡으며 등을 토닥였다.
“ 미안하네. 이 장모가 부실해 일어난 일일세! ”
마흔여덟의 나이가 무색하게 윤기 흐르는 피부, 한창의 젊음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고운자태, 상하로
까만 한복을 입은, 그 단아한 중년여인의 슬픔 가득한 표정이 상가의 음울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묘한
색향을 발산하고 있었다.
“ 아닙니다, 장모님. 모두 제 잘못입니다. 그날 저 사람의 말만 들었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
을! 으흐흑, 안사람 먼저 보내고 이제 어떻게 살아갑니까? ”
영훈의 입에서 오열이 터져 나왔다.
“ 아닐세. 휴우... 못난 내 동생 탓이지 그게 어디 자네 탓인가! ”
중년여인의 입에서도 긴 한숨이 흘렀다.
눈송이처럼 예쁜 설아(雪娥), 영훈의 나이 서른둘에 만난 열 살 아래의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 정말 눈처럼 희고 맑은
처녀였다.
조금은 늦은 결혼, 그러나 오히려 결혼은 영훈보다도 설아의 집에서 더욱 서둘렀다.
제법 살기가 괜찮은 백(白)씨 가문의 외아들로 태어나 유년을 보낸 영훈(永勳)에게 불시에 찾아온 부
모님의 죽음!
졸지에 혼자가 되어 남아 고학으로 천신만고 학업을 마친 그의 일상은 마음 깊이 담아둔 기백과 노력
이 점철된 각고의 시절이었다.
일에만 파묻혀 보낸 패기가 결실을 보아 아직은 젊은 나이에 이름난 대기업의 이사가 된 영훈은 남들
보다도 더욱 부지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이려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랬기에 젊은 나이에 회사의
간부는 되었으나 혼기는 놓친 노총각신세였다.
그런 영훈이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단 한번 맛선 자리에 나가 만난 한눈에 반한 설아, 아니 어린 그
녀보다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어머니, 마치 친어머니처럼 포근한 미소를 보이는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어머니에게 반했다는 말이
오히려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지금은 장모가 된 설아의 어머니,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 딸아이를 키우며, 과년해 노처녀 소리를 듣는 여태껏 결혼안한 여동생
까지 거느리고 열심히 살아온 장모의 집안 역시 외로움에 젖어 있던 터라, 이왕 눈 맞아 죽고 못 산
다고 고집 부리는 설아의 투정에 못이긴 척 결혼을 승낙했다.
그러나 실은 설아 어머니의 속마음에는, 비록 조금은 나이든 노총각이기는 하나 이렇듯 반듯한 청년
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혹시나 딸 설아와 맺어지지도 않고 어설피 연애나 하다 훌훌 떠날까 두려
운 마음이 앞서 두 사람을 서둘러 혼인시켰던 것이다.
열 살 아래의 어린신부,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가 어린 듯 했으나 오히려 서른두 살 신랑이 더욱 숙맥이었다. 자신의 엄마 [온라인카지노 asas7.com]를 그대로 빼어 닮은
뛰어 난 미모, 이미 농익어 터질듯 한 육체, 그러나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흠씬 무르익은 육체
를 지금껏 고이 간직해, 오직 신혼 첫날밤 영훈을 처음 맞아들인 흔적을 하얀 순백의 침상위에 붉게
남겼던 것이다.
그 사실이 고맙고 감사하기만 했던 영훈 역시 여인을 품은 일은 서른두 살 첫날밤이 처음이었다.
신혼의 꿈같은 나날도 하루 이틀 지나 어느새 이년여의 결혼생활, 그렇게도 아프다 소리치던 잠자리
에서의 투정도 점점 사라져 이제는 밤마다 영훈을 받아들이는 어린 아내, 설아의 그 앵두 같은 입에
서 코 먹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달콤한 시절이었다.
그렇게 깨가 쏟아지는 어느 주말,
허기야 남들은 공휴일이라 좋아들 하는 토요일 오후였으나 영훈에게는 회사의 업무가 밀려 평일이나
다름없는 피곤한 날이었다. 겨우 바쁜 일을 끝내고 집으로 퇴근한 영훈의 앞으로 아리따운 각시 설아
가 조르르 달려 나왔다.
“ 어머 오빠, 오늘은 좀 이르네? ”
언제나 퇴근이 늦어 자정가까이에나 집으로 들어오던 영훈의 이른 귀가에 뛸 듯 반가워하며 달려 나
온 아내였다.
“ 미안 미안. 토요일인데도 집만 지키게 해서 미안해. 가끔씩 밖에서 데이트도 하며 외식도 하고 그
래야 되는데...! ”
휴일조차도 함께 지내지 못하고, 혼자 심심하게 집안에만 보내는 각시를 안쓰러워하는 영훈의 표정
이었다.
“ 에이 오빠, 회사일 때문인데 뭐. 전 괜찮아요. ”
오히려 위로를 해주는 아내가 대견스럽다.
“ 우리 결혼 한지 벌써 이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오빠야? 이제부터는 여보라 불러, 알았지? ”
“ 안돼, 아직은 부끄러워서 여보란 말이 나오지 않아! 그보다 오빠, 오늘이 이모 생일이라는데 오빠
가 전화라도 해줘요. 사위가 처이모 생일까지 챙겨준다면 엄마 [온라인카지노 asas7.com]가 무척 좋아하실 거예요. ”
“ 당신 이모님 생일이야? 그럼 전화할 게 뭐 있어. 어서 가서 축하해 드리자. 빨리 외출 준비해. ”
“ 정말, 지금 갈 거예요? 에이, 오빠 피곤할 텐데 무리하지 말고, 그냥 전화로 축하인사만
드려요. ”
“ 무슨 말이야? 처가에는 지금 장모님과 이모님뿐이잖아. 생일날인데 두 분만 마주보고 있으면 얼마
나 쓸쓸하시겠어. 어서 준비하라니까! ”
영훈 자신이 그랬었다.
이 악물고 참고 견디던 외로움이, 몸이 아플 때나 명절, 생일 때만 되면 어김없이 자신을 엄습했던
날을 처절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 쓸쓸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영훈이기에 더욱 처가를 찾아가 함께 축하하고 싶었다.
그 순간 갑자기 거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 예, 접니다. 백서방입니다. ”
“ 어머머, 백서방이 전화를 직접 받았네? 날세, 처이모. 오늘 내 생일인 거 알지? ”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 예, 이모님. 집 사람에게 방금 들었어요. 지금 곧 그쪽으로 출발할 테니 식사하지 말고 기다리세
요. ”
곁을 지키던 아내, 설아가 영훈의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아 쨍 울리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 이모, 백서방 피곤하단 말예요. 그냥 집에서 쉬라고 말해줘요. ”
그 말이 설아가 친정식구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영훈이 억지를 부려 곱게 차려입고 생일을 함께 하려 달려가던 저녁 길, 말은 그리 했지만 설아도 친
정 나들이가 즐거워 마음 설레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길이 생과 사를 가르는 마지막 운명의
길이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흥에 겨워 콧노래를 부르며 달리던 차를 짓이긴 철골덩어리가 설아의 목숨을 순식
간에 앗아가 버렸다.
내차를 추월하려던 트레일러가 균형을 잃고 전복하며, 영훈이 피곤하다며 대신 운전을 하던 운전석을
덮쳐 운전 중이던 설아를 무참하게 짓이겨 버린 것이다.
* * * * * * * * * * * * * * * * * *
“ 화경아, 백서방은 요즈음 어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전화도 잘 받지를 않고, 식사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
영훈의 장모 화란이 얼굴에 수심을 가득한 얼굴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장례가 끝난 후 벌써 수개
월째 실의에 빠져 두문불출 소식이 없는 사위가 안쓰러워 마음에 무거운 탓이다.
“ 그러게요, 언니! 장례 후 통 말이 없더니만 이제는 연락조차 없네. 언니가 한번 다녀오구려. ”
자신의 생일이 화근이 되어 일어난 사건이 아닌가? 답답하기는 화경도 마찬가지였다.
“ 그래, 한번 다녀와야겠지? 둘 사이에 아이라도 있었더라면 이처럼 허무하지는 않았을 텐데. ”
“ 맞아요, 두 사람 오손 도손 살고 있을 때는 백서방이 사위가 아니라 아들처럼 살가웠는데. ”
“ 그랬지. 그런데 설아년 목숨 버리고 백서방 혼자가 되니 어쩐지 서먹해져 내외를 하게 되네. ”
“ 그래도 어쩌우? 혼자되었다 해도 우리 사윈데... 언니라도 자주 들려 보살펴 주세요. ”
사위의 여린 성격을 익히 아는 장모와 처이모다. 여직도 죽은 딸아이를 잊지 못하고 실의에 잠겨 방
구석에 처박혀 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 그 외로움 많이 타는 사람이 얼마나 쓸쓸히 지내고 있을까? 오늘이라도 찾아보아야겠다. ”
“ 휴우..., 생일날 내가 전화만 하지 않았어도...! ”
설아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양 언제나 힘들어 하는 이모였다.
“ 화경아. 니 사무실이 백서방 회사와 가깝잖아? 너무 자책만 하지 말고 지나는 길에 자주 들려 위
로나 해주어라! ”
“ 언니, 백서방이 반길까? 얼마나 날 원망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
“ 아닐 거야. 우리사위 그리 속 좁은 사람이 아니란 거 너도 알잖아. 백서방이 너만 보면 마치 친이
모처럼 이모 이모하며 얼마나 따르곤 했는데. 그날 네가 전화를 하지 않았어도 네 생일 챙기려 달려
왔을 거야. ”
“ 정말 그럴까?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니 백서방 집에서 쉬고 있을 거유. 말 나온 김에 내 후딱 갈비
찜이라도 만들어 드릴 다녀오우. ”
“ 그래, 내 다녀오마. 휴우... 밥이나 챙겨먹고는 있는지! ”
장모 화란과 그녀 [라이브카지노 asas7.com]의 동생 화경은 아직도 얼굴에는 슬픔의 그림자가 가득하고 말수조차 줄어든 사위의
근황을 궁금해 하던 차에 생각이 그리 들자 불현듯 마음이 바빠진 장모는 화경이 갈비찜을 준비하는
그 시간을 기다릴 여유도 없이 문을 나섰다.
* * * * * * * * * * * * * * * * * *
- 딩동! 딩동! 딩동!
영훈의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는 장모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사랑하
는 처를, 그것도 처가의 일로 먼저 보낸 탓에, 혹시라도 장모의 방문을 꺼리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
“ 어딜 나갔는가? ”
초인종을 여러 번 눌러도 집안에 기척이 없자 혹시나 외출이라도 했는가 돌아서려는 순간 실내에서
흘러 나오는 T.V.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 이 사람이? ”
불현듯 혹시라도 기력이 떨어져 정신을 놓고 있지는 않을까 초조해졌다.
“ 딸년 살아있을 때는 이 열쇠로 자주도 드나들었건만. 에이, 지지리도 복 없는 년! ”
딸의 죽음을 안타까워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섬주섬 손가방을 뒤져 꺼내든 열쇠로 출입문을 열고 실내
로 들어서든 장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시다 남은 술병이 뒹굴고, 라면을 끓여먹었는지 설거지도 안 된 그릇들이 거실의 탁자위에 지저분
하게 놓여 진 광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 술도 좋아하지 않고 티끌하나 없이 깔끔하던 이 사람이 술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구나. 에구, 불쌍
한 사람! ”
죽은 딸보다 하루하루를 힘겨워 하는 사위가 더욱 불쌍하게 여겨지는 장모의 애틋한 마음이었다.
안방에서는 아직도 T.V.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텔레비나 끄고 잠들지. ’
혹시 잠이라도 들었나 조심조심 탁자위의 빈병들을 챙겨 쓰레기통에 버리고 살며시 안방 문을 열어
보던 장모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추어 꼼짝을 하지 못했다.
팬티만 입은 채, 시커멓게 기른 수염도 깍지 않은 얼굴로 침대머리에 반쯤 기댄 사위가 허리춤에 손
을 넣고는 열심히 아래위로 흔들어대는 모습이 눈 속에 들어온 것이다.
“ 이이, 이사람 자네? ”
장모의 눈에 드러난 사위의 행위,
모든 게 귀찮다는 듯 방구석에 틀어박혀, 게슴츠레한 눈동자로 야한 비디오를 보며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 마치 허망의 극을 보는 듯했다.
다리까지 후들거려 그 자리에 그만 주저앉고만 싶었다. 그렇게도 멋지고 당찬 모습만 보이던 사위가
오늘처럼 처연해 보인 적이 없었다.
헌데 뜻밖에도,
눈앞에 펼쳐진 사위의 자위하는 모습이 욕정을 불러와 장모의 아랫도리를 자지러지게 만들고, 또한
스멀거리는 음심이 전율처럼 치밀어 깊고 은밀한 비부속의 점막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 어허 내가, 이 무슨 망측한 생각을... ’
순간 밀려온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른 장모는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렸다.
‘ 그래, 비록 상처(喪妻)를 했다하나 아직은 원기 왕성한 장골(壯骨)이 아니던가? ’
남녀를 막론하고 우울증에 빠져들 경우 성적 욕망이 과도하게 발현한다는 말을 언뜻 들은 듯도 했다.
장모는 이내 그런 사위의 행동이 안쓰러워 그 눈에 물기가 촉촉이 젖었다.
“ 이보게 백서방! ”
“ 어어, 장모님. 언제 오셨어요? ”
당황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냥 만사가 귀찮다는 듯 힐끗 올려다보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는 옆에 놓인 리모컨을 손으로
잡아 슬며시 텔레비전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위의 팬티는 아직 그 앞쪽이 불룩 솟아있었다.
“ 이 사람아, 어서 옷이나 입게. 내 차 한잔 끓여 옴세. ”
얼른 안방을 벗어나 주방을 향해 돌아서는 장모의 뒷모습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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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소파에 푹 파묻혀,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은 영훈은 장모가 찻잔을 들고
다가와 자리에 앉는 것조차 모른 채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지난 나날들,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 했던가?
신접살림을 시작한지 어언 이년, 신혼 때 겨우 익어 가던 밤의 열정이 점점 두 사람의 속궁합까지 맞
아 떨어지며, 농익은 잠자리의 그 맛을 몸속 깊이 느껴, 이제는 환희에 들떠 저절로 입에서 터져 나
오는 간드러지는 교성이 부끄러워 눈을 살며시 치뜨던 그 귀여운 아내가 갑작스럽게 영훈의 곁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내의 빈자리,
밤마다 마음 저리게 보고픈 아내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때마다, 아내의 그 눈부신 나신을
떠 올리며 손장난을 쳤던 그 모습을 어쩌다가 장모에게 들키고 말았다.
민망하고 송구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영훈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장모가 겨우 입을
열었다.
“ 이보게 백서방, 차 드시게. ”
장모역시 말은 하면서도 사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라이브바카라 asas7.com] 못하고 자꾸만 시선을 피했다.
조금 전 방안의 외설스럽던 광경,
사위의 큼직하게 불거진 하체가 요동치던 광경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탓이었다.
‘ 휴우...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웠으면 술까지 들이켜 가며 혼자 저러고 있었을까? 허기야 이제 한
참인 나이에 각시를 잃었으니 그 왕성한 욕정을 참을 수는 없었겠지! ’
그래도 영훈의 행위를 이해하려 마음 다잡으며 대답 없는 사위를 재촉했다.
“ 어서 차 들고 정신 차리게? ”
부드럽고 다감한 장모의 목소리에 깊은 상념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들어 장모를 바라본 영훈의 가슴
이 갑자기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 아름답다. 어찌 저리도 고울까? ’
영훈이 본 건 장모가 아니었다.
마치 죽은 아내가 살아온 느낌, 눈앞에 서있는 여인은 설아의 환영이었다.
자신과 마주해, 그윽한 눈빛을 띠며 단아한 모습으로 찻잔을 건네는 장모, 그 모습이 지난날 아내가
한 행동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 것이다.
“ 어서 들게. 따뜻한 차 한잔 하고 나면 정신이 훨씬 맑아질 걸세. ”
“ 예, 장모님! ”
찻잔을 받아 든 사위를 말없이 한동안 바라보던 장모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 백서방, 새 장가 들게나! ”
“ 예? 방금 뭐라 하셨어요? ”
장모의 입에서 느닷없는 한마디가 튀어 나오자 깜짝 놀라는 영훈을 바라보며 장모는 조용히 말을 이
었다.
“ 이제 홀몸이 되지 않았나? 그렇다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 찾아 다시 새 가정을
꾸리면 어떻겠나? ”
분명 장모는 조금 전 자신의 행위를 보고는 하는 말일게다. 그러나 그것은 원망이 아니라 한창의 젊
음을 안타까워하는 장모의 진정이었다.
“ 에이, 장모님도! 어쩌다 이 꼴을 보여 죄송합니다만 싫습니다. 제게 설아 말고는 여자가 있을 수
없어요. ”
“ 이보게, 설아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네. 그 아이 생각할수록 자네가 힘들어 할게 아닌가? 이제
잊어버리게나. ”
아직 사위가 죽은 딸년을 저리도 깊이 사랑하고 있다니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련한
슬픔이 장모의 가슴은 쓰리게 만들었다.
“ 아닙니다, 장모님. 두 번 다시 그런 말 마세요. 설아가 슬퍼합니다. ”
“ 그래... 내가 성급했네. 고마우이. ”
그리움이 밀려오는 듯 고개를 들어 한참동안 천정을 향하고 있던 영훈이 장모를 돌아보며 불현듯 흐
느낌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장모님 몸에서 설아의 향기가 납니다. 흐흑... 흐흐흐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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